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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①] 조정래 감독 “‘귀향’, 증언집에 비해 강도 100분의 1도 안돼”
입력 2016-03-26 09:30 
[MBN스타 손진아 기자] 14년 만에 빛을 보았다.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조정래 감독은 14년이라는 시간이 그저 짧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수년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며 손사래 친다.

‘귀향은 나눔의 집에서 심리치료 중 그린 강일출 할머니의 작품 ‘태워지는 처녀들에서부터 시작됐다. 2002년 나눔의 집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조 감독은 그림을 접하고 충격을 받고선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열네 살 정민(강하나 분)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귀향은 그렇게,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편의 영화로 탄생했다.

- 14년의 시간이 짧지만은 않다.

14년이란 시간의 개념이 별로 없다. 짧게만 느껴졌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고통 받고 나눔의 집에 계시는 분들은 25년 가까이 매일 같이 하지 않나. 그 분들의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도 자랑스러운 것은 수많은 봉사자 중에 내가 하나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게 큰 자랑이고 수식어다. 그런 사람으로서 함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고 그런 힘으로 제작했다.”

- 영화를 만들면서 큰 목표를 두었던 게 있었는지.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 집단 학살 현장이었고, 대부분 타향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림이 너무 충격적이고 끔찍했다. 어느 날 몸이 아파서 꿈을 꿨었다. 꿈에서 비디오 거꾸로 감기처럼 불 속에 타고 있던 소녀들이 옷이 하얗게 변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꿨었다. 꿈이었지만 굉장히 장관이었다. ‘소녀들이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영화로나마 이 분들을 고향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일념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마지막 엔딩 장면을 찍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 후반부, 굿하는 장면을 보면 군인들이 함께 등장한다. 군인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을까.

‘패션오브크라이스트라는 작품에서 군중사회에서 악마가 웃음을 지으면서 걸어가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장면에 대한 오마주이다. 아직까지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않은 문제이고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이 영화가 계기와 시작점이 됐으면 하는 게 있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수익과 관계없이 실상을 눈으로 보실 수 있는 문화적 증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 장면을 썼던 것 같다.”

- 현재 결과물에 만족하는지.

나와 스태프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다 태워버렸다고 말할 수 있다. 정말 몇 명은 목숨을 걸다시피 했고, 목숨이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후회는 없다.”
사진=귀향 스틸

-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면서 가장 충격으로 와닿았던 건 무엇일까.

일단 우리 영화 자체가 할머니들의 증언집에 비하면 강도가 100분의 1도 안된다. 배우 스태프들이 증언집을 항상 읽으면서 작업을 했다. 다들 몇 페이지 못 넘어갔다. 너무너무 끔찍한 기록이다. 그걸 그대로 영화의 옮기면 아무도 못 본다. 나도 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15세 관람가가 된 것이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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