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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나는 구자철과 김진현, 레바논전의 의의
입력 2016-03-25 09:05 
구자철(왼쪽)이 레바논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최종전 홈경기에서 태클을 피하고 있다. 사진(안산와스타디움)=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24일 레바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선발 출전했던 미드필더 구자철(FC 아우크스부르크)과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27일 태국과의 원정 평가전에 동행하지 않고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선호하는 역할 맡은 구자철
구자철은 레바논전에서 4-1-4-1 대형의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로 79분을 소화했다. 1명뿐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원하면서 원톱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역할이다. 상황에 따라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처진 공격수 위치를 오가려면 왕성한 체력과 경기 이해가 필수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당시 구자철은 주장으로 이와 유사한 임무를 인상적으로 소화하여 호평받은 바 있다. 활동폭이 제한적인 측면보다 경기 관여도가 높은 중앙을 선호한다”고 수시로 밝히고 있기도 하다.
2015-16시즌 아우크스부르크는 4-2-3-1 대형으로 18경기, 4-1-4-1은 16경기 사용했다.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가장 많은 16경기에 나와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수시로 직접 득점을 노리면서도 도우미나 수비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런던올림픽과 프로축구에서 익숙한 역할을 맡은 구자철은 레바논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였다. 전반에만 3차례 프리킥을 얻어낼 정도로 공을 가지면 상대에 위협적이었다. 중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수시로 측면도 공략했다.

■개인기와 부상 방지의 조화 필요
구자철은 경기력이 좋은 날이면 순간적인 재치나 역동성으로 수비를 제치거나 공을 다루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레바논전처럼 상대가 반칙으로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시로 연출되나 이 과정에서 부상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후반 교체된 것도 근육 부상이 이유였다.
2011-12시즌부터 구자철은 모두 13차례에 걸쳐 284일·46경기를 부상자명단에서 보냈다. 기술적인 장점을 발휘하면서도 신체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노련함이 앞으로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레바논전이었다.
■골키퍼 트로이카 경쟁 재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거미손 김진현이 돌아왔다. 조별리그 2경기와 준준결승·준결승 클린시트를 포함 435분 연속 무실점 및 510분 2실점으로 맹활약했던 그다. 뉴질랜드와의 홈 평가전(1-0승) 이후 360일(만 11개월23일) 만에 국가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다.
A매치 복귀전을 무실점으로 마쳤으나 김진현은 들뜨지 않았다. 레바논전 종료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그는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예선 무실점 행진을 벌이는 와중에 최종전에야 선발로 나섰다. 이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면서 레바논이 한국에 공격을 자주 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쌀쌀한 날씨와 공을 자주 만질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시로 움직이면서 체온유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전개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도 노력했다”고 차분하게 복기했다.

김진현의 A매치 공백은 부상 때문이었다. 파지아노 오카야마와의 2015 일본 2부리그 25라운드 홈경기(2-1승) 도중 오른쪽 쇄골(빗장뼈)이 부러지는 불상사를 겪었다.
건강하게 돌아와 국가대항전에 주전으로 나왔다. 다시금 골키퍼 경쟁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있다”고 인정한 김진현은 김승규(빗셀 고베)와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보다 특별하게 더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겸손함을 이어가면서 다만 둘 다 J리그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일본 경험이 많다는 것이 당장 프로축구에서는 내가 유리한 점”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무실점을 주도한 김승규, 2010·2014 월드컵 주전 정성룡은 김진현과 함께 A매치에서 경기당 1실점 미만을 기록 중이다. 이들 3명의 골키퍼 주전 경합이 앞으로 볼만하게 됐다.
김진현이 뉴질랜드와의 홈 평가전에서 슛을 막고 있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김영구 기자

■스페인과의 재회를 꿈꾼다
김진현은 2012년 5월30일 유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의 중립지역 평가전으로 A매치에 데뷔했다. 당시 1-4로 졌던 한국은 오는 6월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스페인과 재회한다.
아시아 팀을 상대했을 때와는 다른 움직임이 필요했다”고 회상한 김진현은 유럽 원정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소속팀에서 몸 관리를 잘하겠다. 스페인 같은 강호와의 대결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뛰고 싶은 경기”라면서 당연하지만, A매치에서 주로 아시아 팀을 상대했다. 내 기량이 유럽팀을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궁금하다. 기대된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국은 스페인전을 치르고 프라하로 이동하여 6월5일 체코와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김진현은 국가대표팀에서 파라과이나 베네수엘라 같은 남미 팀도 겪어봤으나 유럽은 스페인과의 A매치 데뷔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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