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광기의 테러` 일삼은 빗나간 형제愛의 잔혹사
입력 2016-03-24 11:51 
브뤼셀 테러범 엘 바크라위 형제

브뤼셀 공항과 말베이크 지하철역 폭탄테러 주범들이 이브라힘(29)·칼리드(27) 엘바크라위 형제로 드러나면서 최근 수년간 대형 테러현장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형제테러범들이 주목받고 있다. 혈육관계에 기반한 교감으로 포섭도 쉬울뿐더러 포섭시 주변 노출위험도 상대적으로 작아 테러조직들이 전략적으로 ‘형제테러범들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엘바크라위 형제를 IS조직원으로 포섭한 것도 지난해 11월 파리테러범을 주도했던 압데슬람 형제다.
파리테러의 주범인 압데슬람 형제의 경우 최근 벨기에 경찰에 체포된 동생 살라가 파리테러때 볼테르가에서 자폭한 형 이브라힘을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가난한 모로코 이민가정 출신이었다. 지난해 1월 파리에서 발생한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범인은 사이드·셰리프 쿠아치 형제 였다.
쿠아치 형제는 파리의 외곽 슬럼가인 ‘방리우에 (banlieu) 출신으로 어릴적 모친이 사망한 후 일용직 등을 전전하다 동네 사원에서 극단주의 성직자를 만난 후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원으로 변했다. 형인 셰리프 쿠아치가 먼저 생활비 등을 제공하는 성직자에게 빠져든후 동생을 끌여들였다.

마치 일반적인 종교에서 부모·형제가 자연스럽게 혈육에게 종교를 권유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먼저 극단주의에 빠진 테러범이 가족, 형제, 친구를 데리고 시리아나 이라크 등 무장세력이 발호하는 지역으로 함께 여행을 가는 식이다.
벨기에 현지 무장세력 조직을 연구한 릭 쿨샛 박사는 테러조직의 구성원 모집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관계를 토대로 이뤄진다”며 종교나 지연보다는 혈연이나 우정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IS지도부도 포섭이 쉽고 외부노출 위험이 작아 조직원의 형제들을 시리아로 데리고 오라고 적극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S뿐 아니다.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 당시에도 비행기 납치범 19명 중 6명(3쌍)이 형제였다.
2013년 2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보스턴마라톤대회 사제폭탄 테러의 공모자 였던 타메를란·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체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자라난 차르나예프의 집안은 어릴적부터 주변에서 많은 차별을 받았다.
이 때문에 형인 타메를란은 대학시절 극단적 이슬람을 신봉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종교에 큰 관심이 없던 동생 조하르도 끌여들였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에 따르면 서방국가들에 대항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4분의 1 이상이 혈통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중 5분의 3은 실제 성전(지하드)을 위해 시리아로 떠난 친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엘바크라위 형제와 함께 브뤼셀 공항에서 자폭테러를 감행한 나짐 라크라위(24)의 동생인 무라드 라크라위는 벨기에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지난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태권도 54㎏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것으로 확인됐다.
무라드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들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라크라위를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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