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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남은 챔프전도 ‘외곽’ 아닌 ‘제공권’
입력 2016-03-24 06:26 
2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 경기가 벌어졌다. 전주 KCC 하승진이 고양 오리온 이승현에 앞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고양)=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5-2016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챔프전에서 맞붙은 두 팀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은 감독들의 성씨가 흔치 않은 추씨(KCC 추승균, 오리온 추일승)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정규리그에서부터 악연을 이어오고 있기도 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6라운드)에서는 잃어버린 24초 사건이 터졌다.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가른 한판이었기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다만 패자 오리온은 패배를 승복하면서 후일 설욕을 기약했다.
선수들간의 신경전도 눈에 띄었다. KCC 전태풍과 오리온 조 잭슨은 정규리그에서도 뜨거운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둘 다 KBL을 대표하는 테크니션으로 손색없는 기술자들이다. 미디어데이에서 전태풍은 조 잭슨을 흥분시키겠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챔프전 뚜껑을 여니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KCC가 극적인 역전승(82-76)을 거둔 19일 1차전은 KCC 김민구와 오리온 문태종 간의 신경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리온이 대승(99-71)을 거둔 21일 2차전은 조 잭슨이 KCC선수들의 자극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소를 고양으로 옮겨 23일 치러진 3차전은 2차전과 마찬가지로 오리온의 대승이었지만(92-70), 눈에 띄는 신경전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코트 위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리온은 빠른 트랜지션을 이용해 KCC 수비를 무력화 시켰다. 물론 오리온의 장기인 외곽슛도 빼놓을 수 없다. 오리온은 센터는 없지만 문태종, 허일영, 김동욱, 최진수 등 외곽슛이 좋은 포워드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여기에 이승현도 자주는 아니지만 충분히 3점슛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오리온은 패배한 1차전에서 7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2차전에서는 무려 10개, 주도권을 가지게 된 3차전에서는 12개의 3점슛을 터트렸다. 고비 때마다 나오는 3점슛은 오리온 대승의 원동력이 됐다.
이제 오리온은 우승에 5부 능선을 넘었다. 2승만 더 거두면 된다. 역시 빠른 공격과 3점슛이 해법이 될 수 있다. KCC는 하승진. 허버트 힐과 같은 장신 선수들을 앞세우는 팀이기 때문에 오리온보다 속도면에서는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중요한 포인트를 ‘리바운드로 봤다. 특히 넉넉한 점수 차로 풀어가며 승리한 것과 달리 시소게임의 경우에는 확률이 떨어지는 외곽슛 시도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사실 3차전까지 오리온은 리바운드에서 KCC에 밀리지 않았다. 1차전은 43-36으로 오히려 오리온이 앞섰고, 2차전은 31-31로 리바운드 수가 같았다. 3차전은 38-35로 오리온이 앞섰다. 오리온이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빠른 트랜지션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신장면에서는 열세지만, 포워드가 많아 오리온의 높이가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특히 도움 수비에 의한 2차~3차 리바운드를 따내는 장면이 많다. 남은 챔프전에서는 두 팀의 치열한 제공권 싸움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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