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 공천 파문에 '정체성 시각차' 김종인-친노 '균열' 심화
입력 2016-03-23 20:04 
더민주 비례대표/사진=연합뉴스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 공천 파문에 '정체성 시각차' 김종인-친노 '균열' 심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공천 파문을 거치며 문재인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균열이 더 커진 모양새입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표면적으로 패권주의 청산을 강조하며 친노 진영을 겨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내용상 지역구 공천에서 친노가 상당수 살아남고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오히려 새로운 기반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자 '전략적 제휴' 내지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비례대표 공천 파문을 통해 양측 간 당의 정체성에 대한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김 대표는 운동권 정당문화 탈피를 내걸고 전문가그룹의 대거 포진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애초 그림이 상당 부분 후퇴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 측은 친노와 운동권 그룹이 이 과정을 주도했다는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까지 고민했던 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친노 진영이 김 대표에게 비례대표 2번을 부여하고 대표 몫 전략공천 4명을 인정할테니 나머지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홍창선 공관위원장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배후에 연결돼서 얘기할 수 있는 분, 누군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 문재인 전 대표만이 해결할 수 있다"며 친노를 겨냥했습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마치 중앙위의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처럼 보는 김 대표측의 시각에 펄쩍 뛰고 있습니다. 당의 정체성을 허무는 공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다수가 공감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한 친노 의원은 "계파를 떠나 대부분 공천안에 문제가 있음을 공감한 것이지, 친노가 앞장선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공천 파문 초기 친노 인사들이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가 사퇴론이 확산되자 적극적인 봉합에 나선 점,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중앙위 순위투표를 통해 상당수 후보에 포함된 점은 '친노 개입설'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중앙위 결과를 놓고도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습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당수 말을 빌면 당의 정체성 운운하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표결 결과로 나타난 것을 보면 말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석에서 "칸막이를 허무니 운동권이 들어왔다. 이대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울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하지 않고 중앙위가 결정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정당 민주주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라고 정반대 평가를 했습니다.

양측 간 감정의 앙금이 잠복기를 거쳐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지금은 친노진영이 선거전이 급해 김 대표의 독주체제나 정체성 논란 등에 숨죽이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쌓인 불만이 분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비례대표 2번을 받아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은 김 대표가 대권 도전의 길로 나아간다면 친노 진영과는 협력보다 견제 내지 갈등의 관계를 형성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김 대표 측 인사는 "김 대표는 더민주의 수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일부 친노나 운동권 출신은 화장만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친노 성향 한 의원은 "총선이 끝나면 김 대표의 노선과 가치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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