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미래에셋, 현대證 인수 결국 불참
입력 2016-03-23 15:22  | 수정 2016-03-23 16:32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불참한다. 이로써 현대증권 인수전 구도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변수는 우선매수권을 쥔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질적 하한선 구실을 할 기준가를 얼마나 높게 제시할 것이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투자은행 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인수를 둘러싼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LK파트너스와 손잡고 전략적 투자자의 일원으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지를 저울질해 왔다. 또한 "현대증권 인수전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업계 리딩컴퍼니로 올라서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인수해 자기자본 10조원대 '공룡'이 될 경우 나머지 증권사들은 자칫 설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염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인수전은 한투금융·KB금융의 2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인수후보를 상대로 입찰보증금 300억원을 본입찰 시점에 납부할 것을 요구해 자체 자금이 없는 PEF들의 본입찰 참여는 사실상 원천 봉쇄했다.
이제 시선은 현대증권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현대엘리베이터 쪽에 쏠리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입찰 하루 전인 24일 현대증권 매각 기준가를 제출한다. 해당 서류는 금융사 금고에 보관되며 본입찰 시점인 25일 인수후보들의 응찰이 끝난 뒤 공개된다. 인수후보들의 응찰가가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를 밑돌면 사실상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며, 이때 현대엘리베이터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현대증권을 인수할 수 있다. 따라서 한투금융과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를 넘긴 가격을 써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권은 헐값 매각을 막는 안전판 역할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이 현대엘리베이터보다 낮은 응찰가를 제시해 현대증권 매각이 논란에 휩싸일 경우 자율협약을 추진 중인 현대상선의 운명도 불투명해져 현대그룹과 인수후보들 간 막판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또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 쉰들러 측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증권 인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현재 현대증권 인수 의향을 밝힌 후보는 총 6곳으로 한투금융, KB금융, LK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PEF 액티스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은 25일 이들을 대상으로 본입찰을 치른 뒤 이달 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경영권 지분(43%) 인수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우증권 소액주주와 노동조합은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방식이 '차입인수(LBO)'라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금융당국은 차입금 활용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현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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