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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마이너리그 노장` 강경덕 "빅리그, 한 번 밟아봐야죠"
입력 2016-03-23 06:01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출전한 강경덕의 모습. 사진 제공= GSI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올해가 벌써 10번째 마이너리그 시즌이다. 흔히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이너리그에서 1500타석은 경험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는 벌써 845경기에서 2884타수를 소화했다.
스스로를 마이너리그 노장이라고 칭하는 강경덕(28).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고 무대에 서는 꿈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외쳤다.

마이너리그 10년차의 시즌 준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마이너리그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중인 그는 최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몇 차례 출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22일(한국시간)에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시범경기도 마이너리그와 비교해 하늘과 땅 차이다. 휑한 연습구장에서 진행되는 마이너리그 경기와 달리, 메이저리그 경기는 정식구장에서 관중들의 환호 속에 진행된다.
그 분위기가 설렐법도 한데, 그는 마이너리그 노장답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처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나갔을 때는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똑같은 시합이라 생각한다. 뭔가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면 더 못할 수도 있다."
대신에 그는 흔히 오지 않는 기회를 배움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디 프리먼, 닉 마카키스 등 같은 팀 메이저리그 좌타자들의 경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뭐가 다르고, 왜 잘하는가를 지켜본다."
강경덕과 같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함께 훈련을 진행하며, 이후 레벨에 따라 미국 대륙 각지로 흩어진다. 선수들은 자신이 어느 레벨에서 뛰게 될지도 모른채 훈련을 한다. 마치 훈련소에서 훈련 종료 일주이 전 자신이 갈 야전부대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어느 팀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것을 답답하게 느끼지는 않고 있었다.

"마이너리그 10년 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인데, 코치나 구단 관계자들은 다 저 선수가 어디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수 배치는 작년 성적을 기본으로 이뤄지고, 스프링캠프 기간은 몸을 만들고 감각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캠프에서 날라다니면 지켜볼만 하겠다고 생각하지 갑자기 몇 단계를 건너뛰고 이런 것은 없는 거 같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상황.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준비에 충실하는 것뿐이다. 그의 이번 시즌 목표는 2011년 이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더블A를 벗어나 트리플A에 가는 것이다.

올해는 초반부터 잘하고 싶다
"항상 몸은 잘 따라오는데 실력이 문제다."
강경덕은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술을 받을 정도로 심한 부상은 없었다. 항상 건강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하는 말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일까. 그는 집중력을 꼽았다. "삼진을 당하면 당하는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데 가끔 너무 거저 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투가 오면 좋은 타구를 날려야 하는데 빗맞아 뜬공이 될 때도 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때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도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그는 애틀란타 산하 더블A 미시시피에서 119경기에 나와 타율 0.271 출루율 0.347 장타율 0.384 6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도 떨어지고 홈런은 반토막이 됐지만, 타점은 2012년 53타점 이후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성적이었다. "원하던 성적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너무 저조했다"며 지난해를 떠올렸다.
시즌을 준비하는 지금, 그는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는 초반부터 잘하고 싶다. 계속해서 연구는 한다. 어떻게 하면 잘할까를 생각한다. 잘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보고 인터넷에서 동영상도 찾아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정신력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가르는 것은 결국 실력이 아닌 정신력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능력은 다 비슷하다. 다들 잘 하기 때문에 뽑혀온 선수들 아닌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정신력이 따라준다. 그래서 기복이 없는 거 같다."
경기 전 수비연습을 하는 강경덕의 모습. 사진 제공= GSI

빅리그, 한 번 밟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강경덕이 마이너리그에 발을 들여 놓은 2007년, 그때는 한국 선수들이 제법 마이너리그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꿈을 접은 선수들이 많다. 그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고, 이대은처럼 일본으로 방향을 틀은 경우도 있다. 특히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을 발판으로 대표팀까지 승선한 이대은의 모습은 마이너리그에 남은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강경덕에게도 마찬가지. 그는 이대은의 성공을 보며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꿈의 무대에서 뛰고는 싶지만, 현실은 선수도 먹고 살아야 한다. 유명해지고 싶고, 팬들 많은 곳에서 경기도 하고 싶고, 대우도 받고 싶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까지 빅리그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생이란 고생은 여기서 다했는데 다른 곳에서 성공하는 것은 좀 웃기지 않은가?"라고 되물으며 밝게 웃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 한국에서 넘어 온 선수들과 같이 시합하는 것이 꿈"이라며 자신도 한국인 메이저리거 행렬에 동참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재차 드러냈다.
현실의 벽은 높고, 도전의 길은 고통스럽지만 그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그와 나눈 마지막 말에서 야구에 대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보면 많이 늦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꿈은 한 번은 뛰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더 이상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면 그때는 아 이제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방법이나 삶을 찾아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 마음 편안하게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 재밌어서 하는 야구, 재밌게 하고 싶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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