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22일 노동조합을 겨냥해 무거운 담화문을 발표했다. 조선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창사 44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노조가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려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진이 이런 경고를 날린 것은 총선을 앞두고 노조가 정치활동에 깊이 관여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시 동구 예비후보로 나섰던 김종훈 전 동구청장, 이갑용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후보간 단일화는 지난 10일~11일 현대중공업 조합원 모바일 투표로 결정됐다.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최근 지지후보 선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 관계자는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다”며 조합원 권익 향상을 위해 정치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전환배치를 실시하자 노조가 극력반대 투쟁에 나서는 등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 회장은 일감이 없어 어떻게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지만,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나선 모습과 정반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전환배치는 단체협약에 의거해 조합원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고경영진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이며 노조의 진정성을 선주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고,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채권단에 쟁의활동 자제와 임금동결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한 점을 지적했다. 최 회장은 경쟁사 노조는 기업회생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렸는데 우리는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최 회장은 수주잔량이 11년만에 최저수준이고 물량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해양과 플랜트는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 영향도 있지만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내부 문제도 심각하다”며 이제는 노조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범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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