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회사 리스크에 두산重 `헉헉`
입력 2016-03-21 17:32  | 수정 2016-03-21 22:08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잇단 자회사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실적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은 전일 대비 1.4% 하락한 2만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5.7% 하락하며 2만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두산중공업이 약세를 보인 것은 자회사인 두산건설이 2013년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대신 상환해주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앞서 두산건설은 RCPS 발행 당시 만기일인 올해 12월 16일 이전에 보증을 선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2단계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85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주요 계열사들이 동반 실적 부진을 겪고, 이것이 두산중공업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두산중공업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지난달 19일 한국기업평가가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고, 이달 18일에는 NICE신용평가가 두산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16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5207억원에 달한다. RCPS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여력이 없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투자자들의 청구분에 대해 정산하고 일부 금액을 비슷한 조건의 RCPS로 연장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RCPS 재발행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두산건설에 비해 좋지만, 2013년에 비하면 두산그룹 전 계열사가 신용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RCPS 재발행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두산중공업 주가도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안고 있는 '두산건설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건설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교환사채(EB) 만기가 오는 6월 14일이다. 현재 두산건설 주가는 4400원으로 교환가액(5만3480원) 대비 낮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이를 보통주로 바꾸기보다 현금으로 상환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EB 만기물량은 1157억원 규모다.
에프앤가이드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두산중공업 주요 자회사들이 만기 도래로 연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3550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 회사채 만기 도래액 1500억원을 더하면 5050억원이 넘는다. 2017년 부담은 더 크다. 두산인프라코어 6500억원, 두산건설 2000억원, 두산엔진 1000억원 등 두산중공업 자회사들만 9500억원 규모고 두산중공업 자체 상환 물량(4300억원)까지 포함하면 1조3800억원에 달한다. 2018년에는 자회사 3곳 회사채 6450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두산중공업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두산밥캣 상장도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2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두산건설발 돌발 악재에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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