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2000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하고 있다. 기관이 15거래일 연속 3조원 가까운 물량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은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등 조세회피처의 단타성 자금이 포함된 유럽계가 매수 주도세력이어서 언제 또다시 이탈할지 모른다는 염려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36포인트(-0.12%) 내린 1989.76으로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30분만에 2002.47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기관의 차익매도 폭탄에 밀려 또다시 198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가 장중 20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17일 이후 사흘(거래일 기준)만이다. 기관은 이날 하루 3189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난 18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3000억이상 매물을 던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의 박스권 돌파보다는 개별 업종이나 종목의 상승에 투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아직 대세 상승장을 내다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업종에는 추가 상승 동력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특히 지난 10일 이후 8거래일 연속 강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18일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119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은 21일에도 1412억원치를 순매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들어 18일까지 유럽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1조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과 12월과 올 1월 두달새 8910억원어치를 내다판 사우디아라비아계는 지난달 108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중동계는 이달들어 또다시 소폭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단 유럽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우호적인 상황”이라면서 다만 유럽계의 경우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조세회피 지역의 단타성 자금이 많아 언제 또다시 빠져나갈 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주 외국인들은 화학 철강 유틸리티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달러 하락·유가 반등이 나타나자 유화주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화장품주가 중국 수출 호재로 인해 강세를 보이면서 업종 전체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5거래일간(3월 14일~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화장품업종 간판종목인 아모레퍼시픽(571억원)이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를 나타내는 업종들이 소폭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는 기관들조차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 의약품 비금속광물 업종이다. 지난 5거래일간(3월 14일~18일) 외국인과 기관은 건설주 266조원어치 이상을 동반 순매수하고 있다. 1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면서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건설주 외에 최근 1분기 컨센서스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업종 중 두드러진 것은 에너지·소재주들이다. 유가의 하락세가 일단락되면서 이익 추정치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한 순매수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상품 가격 반등, 기업 이익 추정치 상향, 외국인 수급 개선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관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호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6일 FOMC 발표 직후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발표 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나옴에 따른 안도 랠리 성격이 강하다”며 정책 공조에 대한 부분이 이미 증시에 반영됐고 그외의 특별한 호재를 찾기 어려운만큼 중국·미국의 선행지표 및 PMI나 1분기 국내기업 실적에서 뚜렷한 개선이 나오지 않는다면 증시가 추가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예경 기자 /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