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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KBO 개막특집 토론①] 35살 KBO, 지금 꿈꾸는 미래가 있는가
입력 2016-03-21 06:02 
2016시즌 KBO 개막을 앞두고 MK스포츠가 특별토론 테이블을 마련해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최종준 전 LG·SK 단장, 이순철 SBS 해설위원(왼쪽부터)을 초대했다. 사진=김승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35번째 시즌인 2016년, KBO는 첫 800만 관중 돌파를 꿈꾼다.
치열했던 유년기, 숨 가빴던 청년기를 지나 이제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보여줄 나이. 이 리그는 대한민국 최고 인기 프로리그의 이름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가고 있을까.
MK스포츠가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특집 ‘3자토론을 마련했다. 한때 ‘강한 프런트를 설계했던 최종준 전 LG·SK단장, 스타의 영광과 사령탑의 고뇌를 속속들이 ‘아는 남자 이순철 SBS 프로야구 해설위원, 선수 출신 프런트를 거쳐 특히 선수들에게 신뢰도가 높은 해설인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모여 앉았다.
세 편에 걸쳐 풀어볼 토론의 첫 번째 주제는 리그다.
① 리그의 품격
▶지난해 기대 그 이상의 ML 첫 해를 치러낸 강정호(피츠버그)의 뒤를 이어 올해는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대호(시애틀) 등 KBO에서 성장하고 일본 프로야구까지 평정했던 ‘빅스타들이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챙겨봐야 할 ‘코리안리거들이 폭증한 시즌, KBO에게는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와 팬 사랑을 겨뤄야 하는 위기가 닥친 걸까.
▷이순철 위원 = 위기와 기회 중 하나의 의미를 택하라면 기회라고 본다. 리그가 팬들의 새로운 관심을 끌만한 신선한 동력을 찾아내기에는 기회의 시즌이다.
이번 시즌은 각 팀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신인 기용 폭이 늘었다. 최근 수년 가운데 가장 많은 자리바꿈이 전망되는 시즌이다. ‘뉴페이스들의 기회인만큼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효봉 위원 = 지난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일본 에이스 오오타니(닛폰햄)를 지켜보면서 진짜 한 명의 스타가 리그를 먹여 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산이 작년의 애리조나 전훈 캠프지를 닛폰햄에 빼앗겨서 호주로 갔는데, 이번 전훈캠프 모습을 보니 시애틀이 왜 닛폰햄에 캠프지를 내줬는지 알겠더라. 오오타니가 던지는 연습경기에 ML 구단관계자만 100명이 넘게 모여들고, 구름취재진과 관중까지 어지간한 메이저리그 팀 캠프보다 흥행이 잘 됐다.
개인적으로 KBO 스타들이 오히려 점점 더 많이 (ML로) 나갔으면 좋겠다. 그들이 최고 무대에서 성공할수록 우리 리그에 대한 평가도 올라간다. 더 볼만하고 가치 있는 리그가 된다.
그리고 박병호 한 명의 빈자리는 전 소속팀 넥센에게서만 나는 게 아니다. 박병호 같은 타자가 빠지면 적어도 리그의 10명 이상 타자들에게 스타로 성장할 기회가 생긴다. 젊은 유망주들이 많이 그 기회를 살렸으면 좋겠다.
▷최종준 전단장 = 목표 숫자에만 집착한다면 올해는 오히려 관중반등의 호기가 아닌가. 고척돔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 새롭게 선보이는 구장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리그 첫 800만 관중은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올해 관중 목표를 달성한다고 리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신구장 효과 이외에 리그의 진짜 성장에 필요한 부분, 그쪽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새로운 스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리 아마야구는 골병이 깊다. 메디컬시스템의 발달과 선수들의 관리능력 향상 등으로 기존 프로 선수들의 은퇴연령은 많이 늦어졌는데, 아마 야구에서는 대형 선수가 점점 안 나오고 있다.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인 스타들의 탄생? 쉽지 않다.
▷이순철 위원 = 사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이후로는 고졸 3년차 이내에 10승 투수에 올라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스타로 성공한 예가 없다. 리그가 5~6년 이상 그런 스타탄생 케이스를 구경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야구에서 대형 스타 자원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반성할 부분이 많다. 일단 너무 경쟁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육성이 뒷전이다. 세심한 제도가 필요한 부분이 참 많이 보인다.
▷최종준 전단장 = 오래 한 팀을 맡는 지도자들도 드물다. 감독들의 소신 있는 육성 자체가 힘들다.
한국야구 역사에서 대형 스타들을 무더기 배출했던 ‘골든학번으로는 박찬호 임선동 조성민 정민철 박재홍 등의 ‘92학번을 꼽는다. 이 친구들은 1982년 KBO가 출범할 때 초등학교를 다녔다. 프로야구 출범 초기의 인기가 그 시절 운동 잘하는 어린이들이 글러브와 배트를 쥐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야구인기 반등의 계기가 됐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2009년 WBC 준우승도 충분히 이런 ‘붐업 효과를 기대할 만한 이벤트였다. 그때 야구를 시작했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쯤 대형 스타 자원이 되어 슬슬 프로에 데뷔할 때가 됐다. 그런데 현실에 그런 재목들이 과연 보이는지.
▷이순철 위원 = 아마야구가 대형 선수를 키워내지 못하는 것은 아마야구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프로야구의 문제가 된다. 미래를 잃는 거니까.
▷이효봉 위원 = 그 게 KBO가 아마야구에 대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최종준 전단장 = 비록 국내리그의 인기는 야구보다 떨어지지만, 축구가 인프라는 훨씬 좋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도 더 잘 돼 있다. K리그가 좀처럼 인기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우리 축구에서 꾸준히 세계무대에서 겨룰만한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한, 축구는 여전히 가능성 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
KBO는 국내 프로리그 중 최고가 맞다. 일도 가장 잘한다. 그런데 대한야구협회(KBA)는 대한체육회 산하 아마종목 단체들 중에서도 협회 행정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축이다. 이 언밸런스함은 정상적인 그림이 아니다. 프로와 아마의 연결이 약해지면 미래지향적인 투자가 인색해진다.
▷이순철 위원 = 확실히 아마야구가 건강해지지 않는 한 KBO의 미래가 밝을 수 없지만, 야구는 ‘FA대박 신화들이 이어지고 메이저리거도 늘어나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다. 아직은 긍정적으로 보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이효봉 위원 = 솔직히 야구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받을 만한 보상보다 늘 더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아왔다. 이 행운에 감사하면서 (인기가) 있을 때 지켜내려면 묵은 숙제들을 절박하게 풀어내야겠다.
지난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개장식을 가졌다. 올해 첫 800만 관중 돌파를 목표하고 있는 KBO에게는 고척돔과 함께 새로운 흥행 역사를 기대하게 하는 ‘믿는 구석이다.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미래는 걱정스러울지 몰라도 KBO의 현실은 뜨겁다. 지난겨울 FA시장의 총액 규모가 700억원을 돌파했다.
▷이순철 위원 = 과해보이는 몸값은 맞지만, 선수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시장의 구조에 문제가 있으니까.
▷최종준 전단장 = ‘한국형FA 제도가 시급하다. 등급제도 도입하고 등급별 몸값 상한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닥치면 꼭 당해의 득과 실을 따지는 구단들이 있다. 그래서 막상 합의가 잘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쩌려는지. 일부 선수들을 두고 과당 경쟁하면서 천정부지의 FA몸값을 언제까지 견뎌낼 재간은 어느 구단에도 없다.
▷이효봉 위원 = 사실 특A급 스타들이 많이 받는 것은 좋다. 후배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운동하게 하는 동기부여도 되고. 다만 지금의 FA 제도는 중급FA 선수들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게 더 문제다. 보상선수규정을 포함해 등급제 도입 등의 대책이 꼭 빨리 나오길 바란다. 중급FA는 더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 리그의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최종준 전단장 = KBO는 이제 FA시장을 통해 한 선수에게 ‘100억원 몸값도 줄 수 있는 리그가 됐지만, 정작 실제 장사가 되는 콘텐츠가 다양해진 느낌은 아니다. 야구판의 여력이 미래지향적인 인프라에 좀 더 투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그의 관중 성적은 여전히 인기 팀의 흥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구도 부산의 관중기록은 전체기록까지 널을 뛰게 하는 감이 있다. KBO의 경기당 평균관중이 12,000~13,000명 이상의 최고점을 찍었던 2012~2013시즌과 다시 평균 11,000명대 이하로 떨어진 최근 3년간의 차이는 결국 평균 2만 관중에서 12,000명 이하로 급감한 사직구장의 온도차였다.
▷이효봉 위원 = 리그의 성장이 튼튼하다고 하기엔 특정 팀들의 인기 편중이 심각한 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야구판의 현실에서 배후 없이 인기 팀이 되기는 힘들다. 결국 각 팀에게는 연고지에서 부터 어쩔 수 없는 (마케팅) 여건 차이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연고제와 팀들의 지역색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리그의 인기몰이에 가장 유리한 틀이다.
▷최종준 전단장 = 구단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인기 팀들의 아성을 따라잡기 힘들다 해도 장기적으로 반드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어린이회원에 투자하는 것은 길게 보면 분명히 효과가 있다. 프런트의 장기 비전도 구단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다. 야구장과 응원문화 등 KBO 구단들에게는 마케팅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확실히 있다.
(②편 ‘구단의 품격에서 계속)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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