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 머니, 주식·채권 동시에 산다
입력 2016-03-20 17:06 
올 들어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동시에 몰리거나 빠지는 현상이 관측돼 주목받고 있다. 금리가 바닥 수준까지 내려갔을 때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반대로 금리가 고점까지 올랐을 때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뉴 노멀(새롭게 나타난 표준)'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전문가도 나오고 있다.
20일 글로벌 펀드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0~16일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43억700만달러와 76억6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일주일 전인 지난 3~9일에도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는 44억6600만달러와 60억8600만달러 순유입됐다.
이는 연초 나타났던 '주식·채권 자금 엑소더스'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당시 글로벌 투자자금이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에서 이탈해 금 현금 등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 때처럼 전 세계 투자 큰손들이 극도로 몸조심하며 보수화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와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에 동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이 정책공조에 나서면서 글로벌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며 "중앙은행들이 채권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보니 주식형 펀드뿐만 아니라 채권형 펀드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랜 기간 시장금리는 꾸준히 하락해왔고 주식시장은 급락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일부 시점에서는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며 "또한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있다면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도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북미 채권에 자금이 집중됐다면 지금은 신흥국 채권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달러 약세 덕에 신흥국 화폐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신흥국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가장 큰 요인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 이후 3년 동안 계속 자금이 빠져나가기만 했던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동안 지나치게 억눌려 있던 신흥국 통화가치가 정상으로 돌아감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자산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과 채권이 모두 강세를 보이는 것은 경기가 호전되기 전에 과도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래 증시 환경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가는 이를 곧바로 반영하지만 채권 가격은 좀 더 시차를 두고 반응한다"며 "아직 뚜렷한 경기지표 개선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보니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고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글로벌 훈풍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EPFR에 따르면 중국 영향을 강하게 받는 신흥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18일 이후 계속해서 자금이 빠져니가고 있다. 이길영 연구원은 "중국은 위안화 약세, 경기 둔화 염려가 있다 보니 여전히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먼저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국가 증시가 오른 뒤 글로벌 경기가 개선돼 중국 수출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면 그때 중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채권 동반 강세는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종우 센터장은 "위험자산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는 건 유가가 40달러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인데, 이는 연초에 26달러까지 내려간 뒤 반작용으로 나타난 오버슈팅에 해당한다"며 "결국 30달러 안팎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뚜렷한 경기 호전이 나타나려면 멀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좀 더 강세를 띨 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은 호황 수준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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