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드론·원격의료·빅데이터` 일자리 창출 저조 그 뒤엔 규제
입력 2016-03-20 16:35  | 수정 2016-03-21 07:42

의료정보기술 전문 업체인 비트컴퓨터에서 U헬스케어사업부 3년차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임성현씨(33).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뒤 원격의료 부문 엔지니어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선택했다. 임씨는 현재 원격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장에서 볼 때 게임개발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애 달했다고 판단해 시장 잠재력이 높은 원격의료 분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현재 비트컴퓨터에는 임씨를 포함해 이 부문 엔지니어 약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원격 의료 불허라는 규제의 벽에 갇혀 시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환자가 의사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IPTV 영상 등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 시스템은 시간 낭비를 줄일 뿐 더러 비용마저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어 선진국에선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보편화될 미래 기술이다.
하지만 원격진료는 규제 장벽에 막혀있는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2014년부터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에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의료계 등과 협의해 의료법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의지와는 달리 국회 문턱은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트컴퓨터를 비롯한 원격의료 관련 업체들은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상용화는 꿈도 못 꾸고 병원용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원격의료업체 관계자는 신규 일자리 창출은 커녕 언젠가는 열릴 시장을 기대하며 근근이 회사만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원격의료 이용률이 전체 인구의 20%로 늘어나게 되면 원격의료 시장 규모만 2조3653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20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관련 분야 규제만 풀어도 향후 5년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일자리는 약 2만2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규제로 인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미래 직업군은 주변에 또 있다.
바로 스마트그리드, 비상전원용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신에너지 산업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리서치는 전 세계 ESS 시장이 2020년 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ESS에 대한 인증 체제에 대한 불만을 호소한다.
한 ESS 기업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비(非) 리튬이온전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만, 리튬이온전지 ESS와 달리 제대로 된 인증체계나 보급사업 지원체계 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최근 들어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고 하지만 상용화보다는 연구·개발(R&D) 자금을 일부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인증 체계 등을 갖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될 경우 ESS, 스마트그리드 등 신에너지 분야에서 향후 3만7000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드론, 미래형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 ICT 융합제조 분야도 현 시점에 맞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 규모는 2014년 6000만달러에서 2023년에는 8억8000만달러로 14배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뒤쳐져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150m 가시거리 이내에서만 드론을 운항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제도야말로 낡은 규제라고 꼬집는다.
고도 1㎞까지 운항하는 드론이 나오고 있는데 여전히 옛 잣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게 규제도 제약이다. 법상 12㎏ 무게 드론까지 제작이 가능한데 이는 가솔린 엔진 기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드론은 충전용 배터리를 내장해 무게가 그 이상이다.
드론산업이 규제의 벽에 갇혀 있는 사이 장래 유망 일자리로 꼽히는 드론 조종사 자격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드론 조종자격제도가 생긴 이후 현재까지 자격 취득자는 810명 남짓에 불과하다. 교육 수요가 부족하다보니 전문 교육기관이 항공대를 비롯해 전국에 2곳뿐이고 교육비도 최대 500만원에 달한다.
한 드론업체 대표는 시장이 열리지 않아 현재 직원은 15명 남짓, 드론조종사는 3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신산업으로서 드론 활성화의 토양만 마련해줘도 많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을 비롯해 미래형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 ICT 융합제조 분야는 제도를 현재 기술에 맞게끔 정비하고 서로 다른 인증 기준을 통폐합만 하더라도 5년 이내에 12만5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빅데이터 기반 산업은 엄격한 개인정보 규제에 막혀 자료로 쓸 만한 데이터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움이 지적된다. 개인정보 규제만 일부 풀어도 최대 52만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기획취재팀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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