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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반대에도 효성총수 재선임…대한항공은 주총장서 고성
입력 2016-03-18 14:21  | 수정 2016-03-18 15:38

회사 내부 문제는 안에서 해결해야지 주총장까지 나와서 (갈등을) 보이는 건 창피한 일인줄도 모르나.”
18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장을 찾은 한 주주가 내뱉은 쓴소리다.
이날 대한항공 주주총회장에서는 조양호 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는 문제를 놓고 노사가 정면 충돌했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에 불참했다. 조종사 정복을 입고 참석한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임직원이 사랑하지 못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며 재무제표 승인 안건부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주총의장을 맡은 지창훈 사장이 주주라면 왜 유니폼을 입고 왔느냐”며 참가 자격을 따지는 등 한동안 양측간 고성이 오가며 파행을 겪었다.
노조측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조 회장 재선임 등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위원장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운영으로 적자가 나고 있다”며 회장이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333개사의 주주총회가 열린 이날 SK, 한진, 효성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책임경영을 내걸고 경영 참여를 승인 받았다. 주주총회 현장에서 대부분 표결없이 회사측 안건이 그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대한항공처럼 노조와의 갈등이 주총장에서도 재연되거나 주총 전부터 불거진 국민연금 반대 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던 지주회사 SK(주)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주총을 갖고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 등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89.3%를 보유한 716명의 주주(위임 포함)가 참여했다. 지분 8.57%를 들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주주 과반 찬성으로 선임건이 가결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SK측은 이날 주총 직후 최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과반수 이상의 안정적인 찬성을 얻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찬성·반대 비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외에도 외국계 주주 등에서 적잖은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SK의 외국인 주주들에게 최 회장 등기이사 선임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ISS는 최 회장이 업무상 배임죄와 횡령죄로 두 번의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등기이사 복귀 시 회사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조대식 SK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을 통해 주주친화적인 이사회 운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상장사들은 이날 주총에서 임원들의 퇴직금을 대폭 줄이는 임원 보수체계 변경안도 통과시켰다. 회장 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퇴직금 지급률을 최대 3분의 1 가량 축소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날 최신원 SKC 회장은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SK그룹은 SK케미칼 등기이사인 최창원 SK가스 부회장까지 오너 일가가 책임경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등기이사가 되면 주요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저야하고 또 보수 공개 등의 의무도 생긴다. 2년만에 지주사의 등기이사로 복귀한 최태원 회장은 앞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업무를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효성도 이날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석래 효성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등 총수 일가와 이상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 회장 일가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총장 안에서 반대는 없었다. 20분 가량 진행된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CJ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를 그만두며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지만 지난 1994년 CJ제일제당 등기이사가 된지 22년만에 등기이사직을 한 곳도 유지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 회장은 2013년 신장이식 수술로 입원 한 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CJ E&M, CJ오쇼핑, CJ CGV,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의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차례로 사퇴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현대상선의 추가 자구안 마련에서 이사회의 중립을 위한다며 이날 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현대상선 주주들은 7대 1 감자를 의결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정욱 기자 / 김정환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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