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①] ‘시그널’ 김은희 작가 “재한·수현·해영, 그들은 만났을까요?”
입력 2016-03-18 13:23  | 수정 2016-03-20 13:38

지난 12일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의 여운이 꽤 길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특별한 공조수사를 통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기존 수사물의 퀄리티를 한 차원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미제사건을 둘러싼 인물간 갈등에서 나아가 권력층의 비리와 정·경 결탁까지. 최종회차 엔딩 순간까지 촘촘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얽힌 구도. 극중 등장한 각종 사건들은 실제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비극(미제사건 포함)들을 모티브로 해 더욱 공분을 샀다.
한순간도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슬픔을 간직한 주인공 3인방이 모든 진실을 마주하게 된 순간, 주먹을 불끈 쥐던 시청자들도 궁극엔 탄복했다.

‘시그널의 무전은 때로는 과거를 바꿨고, 나아가 미래를 바꾸기도 했다. 달라진 미래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조폭들이 요양병원에 들이닥친 그 시각, 뒤를 돌아보며 건재함을 드러낸 이재한(조진웅 분)처럼 .
‘시그널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여전히 치지직~” 어디선가 무전기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쩌면, 그 마침표가 쉼표가 될 지도 모르겠단 생각에서일까. ‘시그널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안고, ‘시그널의 엄마 김은희 작가를 만났다
-‘시그널이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종영했습니다. 집필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정말 어마어마한 인기였는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반응을 체감하진 못해요. 케이블과 공중파 시청률이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거든요. 그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구나 하는 정도까지는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말에 대해 이야기 안 할 수가 없어요. 생존여부로만 보자면 이재한은 살아있고 차수현과 박해영이 그를 찾으러 가는 ‘열린 결말이었는데요. 만족스럽다는 의견도 많지만 좀 아쉽다는 의견도 분명 존재하고요.
▲대본 하나를 백 명의 스태프가 보면 백 개의 생각이 나오거든요. 그처럼 드라마 하나를 백 명이 보면 백 개의 드라마로 재생산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결말의 경우, 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집필했다고 설명해드리기보단 각자의 해석에 따라 가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네티즌들이 유추하고 보시는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극중 이재한(조진웅 분)을 살려달라 했더니 ‘진짜 살려만 놨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끝내 세 명을 만나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만나면 너무 뻔해지니까?
▲최대한 ‘시그널다운 결말을 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특히 엔딩의 경우 감독님과 계속 의견을 교환하면서 여러 버전으로 고쳐보기도 했고요. 셋이 해후하지 못해 아쉬운 분도 계시겠지만 감독님과 저는 이게 가장 ‘시그널다운 결말이 아닌가 하면서 낸 결론입니다.
-전작에서 계속된 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학습효과로 ‘시그널 시청자들도 걱정이 많았는데요, 이번에는 주인공 세 명 다 죽다 살아나게 하셨어요.
▲공평해야 하니까? (웃음) 사실 형사라는 직업이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실제로 만나본 분들 중에도 사명감 있게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본인 목숨보다는 범인을 잡는 데 물불 안 가리는 열혈 형사랄까요. 많은 형사들이 그렇게 일하시는데, 극중 재한의 경우도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던 절대권력과 계속 싸움 해나가는 인물인 만큼 그에 대한 위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 해도 끝내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법인데 스스로 작품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그런(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요. 사실 ‘시그널만 그런 건 아니고 ‘싸인을 비롯해 전작들 모두 그렇죠. 본방송은 의자에 앉아서 잘 못 봐요. 보조작가에게 계속 물어보고, 실시간 반응도 체크하면서 보죠. 대사를 좀 더 정제할걸 또는 설정을 그렇게 하지 말걸 하는, 제가 쓴 이야기에 대한 후회는 남아요. ‘시그널을 많이 사랑해주셨지만 욕심나는 게 있다 보니 아쉬움은 남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기승전‘연애로 끝난다는 조롱도 있는데 ‘시그널은 오히려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의 연애를 응원하는 기현상이 일어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만나게 하지 않으셨는데요,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요?
▲(웃음) 아마 그건 트렌디한 멜로가 아니라 아날로그 같은 낭만이랄까요? 감수성을 건드리고 공감도 되고 하니까요. 또 재한과 수현의 상황이 안타깝잖아요. 15년을 기다려왔는데 백골사체가 돼 돌아온, 그런 두 사람이 불쌍하게 생각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결국 그들은 만났을까요?
▲음, 강한 의지를 갖고 찾고 하는데, 당연히 만나지 않았을까요?
-내부적으로는 이미 시즌2, 3까지 이야기하고 시작한 드라마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지막까지 짜임새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셨는데요, 시즌2 기대해도 될까요?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둔 건 아니라서요. 다들 하고 싶다는 의견은 많지만 구체화되려면 여러 가지로 난관들이 있잖아요. 기획부터 시작해서, ‘시그널이 잘 나왔다고 해서 시즌2도 잘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더 잘 나오려면 훨씬 더 준비도 많이 필요하고 스케줄도 맞아야 하니까요. ‘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망언이 될 수 있으니 쉽게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일각에서는 ‘장기미제드라마가 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도 있더라고요. 또 ‘시즌2 못 만들면 그건 누군가 포기해서 그런 것이라며, 포기하지 말라는 반응도 많던데요.
▲하하하. 만약 못 만든다면 감독님이 포기하신 걸로 해주세요(웃음). 사실 우리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배우들 스케줄도 그렇고 투자 부분도 그렇고, 이것저것 많은 게 맞아떨어져야 하는 일이라서요. 한 개인이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뜻이 없는 건 아니니 잘 조율 해보겠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 사진 = 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