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네티즌이 ‘시’를 쓴다…마음을 위로하는 ‘댓글 시인’
입력 2016-03-16 18:17  | 수정 2016-03-18 20:08

없는 날개라도 냈어야지… 나는 음복하며 울게 생겼다”
유리창 청소부가 추락사했다는 기사에 달린 어느 댓글의 한 구절이다.
이 댓글을 단 네티즌은 댓글란에 ‘한마디의 말이 아닌 ‘한 구절의 시로 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냈다.
악플이 난무하는 온라인 댓글 문화에 ‘시 댓글이라는 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익명의 한 네티즌이 있다.
해당 네티즌은 ‘제페토라는 닉네임으로 지난 2010년부터 각종 사건 사고 기사에 감성적인 시를 적어 올려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이 같은 ‘댓글 시인 행보는 수년간 이어졌고, 네티즌들은 그가 쓴 댓글 시들을 한데 모아 공유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의 시에 공감한 많은 네티즌들은 ‘제페토가 모 대학의 국문과 교수인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제페토는 유리창을 닦다 추락사한 기사 속 인물을 ‘이름 모를 친구라고 표현했다.
‘하필 나와 같은 나이더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제페토는 ‘어떻게든 살았어야지 ‘나비에라도 매달리지라며 그가 처했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그가 느꼈을 처절함을 대신 표현했다.
그는 이 처럼 각종 기사에 ‘시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 냈다.
나라 안 안타까운 세태를 은유적으로 꼬집기도 하고,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구절로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2014년 여름 매미소리가 숙면을 방해한다는 기사에는 ‘양보해 다오, 사람이 울 차례다라며 ‘십칠 년 매미 같은 아이들 ‘아직도 뭍을 밟지 못한 아이들등을 언급하며 당시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 열풍을 다룬 기사에는 ‘우리반 박정호가 죽었네 ‘울 엄마는 그 아이 몇등이냐 물었네라며 아이의 목숨보다 성적에만 목을 메는 일부 학부모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밖에도 남·녀의 이별에 관한 기사에는 괜찮다는 위로의 글귀를, 부부 싸움을 다룬 기사에는 공감하는 마음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악플균이 난무하는 온라인국 댓글마을에 불현듯 나타난 시인 ‘제페토.
그가 댓글에 시를 남기며 세상에 호소한 마음들, 또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준 그의 시 몇 편을 소개한다.
[디지털뉴스국 김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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