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손보험료 인상 부른 과잉진료
입력 2016-03-15 17:29  | 수정 2016-03-15 20:13
# 최근 독감으로 동네 개인 병원에 간 김 모씨. 접수를 하면서 증세가 심해 링거 주사를 맞고 싶다고 하자 간호사가 실손보험에 가입했는지부터 물었다. 3년 전에 가입한 보험이 있다고 하자 그 간호사는 효과가 낮은 몇천 원짜리 포도당 주사보다는 고가이지만 효과 좋은 마늘 주사를 맞으라고 권했다. 치료 이후 치료비로 10만원이 나온 것을 보고 놀랐지만 실손보험에서 다 처리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간호사 말에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A손해보험 교통사고 보상팀에 근무하는 최 모씨는 최근 보험 계약자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해 동네 한의원에서 2주간 치료를 받은 계약자가 50만원에 가까운 진료비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치료에 이렇게 많은 돈이 나오느냐고 따져봤지만 빠른 치료를 위해 약을 처방받았을 뿐이라고 계약자는 항의했다. 혹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감독당국에 민원을 넣을까봐 이 정도 비용은 처리해주자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많은 수익을 보려는 일부 병원들의 과잉 진료로 보험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비용이 보험료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어 과잉 진료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실손보험에서 지급한 비급여 보험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8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19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국내 건강보험 제도는 병원의 의료 행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나뉜다. 비급여 항목은 주로 고가의 장비나 치료를 이용한 특수 항목들로 환자가 전액 부담하거나 실손보험을 든 환자의 경우 보험사가 약정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 부담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들은 단가가 싼 급여 항목의 치료보다는 비급여 항목의 치료를 주로 해 수익을 챙긴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직원은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묻는 등 업계에서는 보험으로 먹고사는 병원들이 상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최근에는 정액이긴 하지만 한방 치료도 보장하는 상품이 나오면서 이 영역에서의 과잉 진료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의 손해율 또한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109.9%를 기록했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124.2%까지 올랐다. 100원어치를 팔면 24원은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선택은 두 가지다. 실손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아니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실제 실손보험료는 지난해 평균 14.17%가 올랐다. 연초 들어서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20% 안팎으로 보험료를 올렸다. 흥국화재의 경우 인상률은 44%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한두 차례 보험료 인상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잉 진료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모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여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것을 정상화하는 수준"이라며 "이대로는 사업 유지가 힘들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사업 자체를 접는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보험사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비난뿐 아니라 금융당국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이익 안 나는 장사라고 관련 사업을 철수하면 보험 계약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대형사들이 보험료를 올릴 때 같이 따라 올리면서 손해율을 줄이고 관련 사업들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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