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탄속 개성공단 입주기업, `법무부 교도작업장 협력`에 활짝
입력 2016-03-14 18:07  | 수정 2016-03-14 21:30

"개성공단 폐쇄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뜻밖에 교도소 도움을 받게 돼 별을 딴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개성공단 협력 업체 레인보우리빙 박순화 대표(62)는 지난달 11일 공단 폐쇄 후 법무부가 교도소 작업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연신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수세미와 세탁망 등 생활 잡화를 만들다 2008년 개성공단에 들어갔고, 연매출 3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난달 개성공단 폐쇄와 북한 측 자산동결 조치로 눈앞이 캄캄했다. 일주일 뒤인 2월 17일부터 납품 기일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설 연휴 직전 철야 작업을 해가며 만들어놓은 제품을 연휴가 끝나자마자 남쪽으로 내려보낼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변했다. 결국 박 대표는 빈손으로 개성을 빠져나와야 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남부교도소 작업장에 "연장 작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업체는 이미 2008년부터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교도소 작업장에서 포장하는 식으로 위탁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 교도작업장은 대부분 하루 4~6시간 작업만 허용돼 연장 작업은 아무리 비상사태여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교도소장을 통해 박 대표 사정을 알게 된 김현웅 법무부 장관(사법연수원 16기)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바로 다음날 승인 결정을 내렸다.
박 대표는 "8년째 교도작업장을 쓰고 있지만 연장 작업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주일간 수형자들이 제품을 다시 만들어준 덕분에 무사히 납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협조를 받아 교정시설을 더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2010년 5·24 조치 직후 개성공단에 입주한 LED 등 조명기기 생산업체 디에스이 박재덕 대표(57)도 최근 교정작업장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해 연매출 600억원을 올린 중견업체인 디에스이는 개성공단에서는 북측 근로자 400여 명을 월 20만원대에 고용해 전체 생산량 중 75%를 소화했다. 그러다 이번 폐쇄 조치로 졸지에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급히 중국과 한국 본사에서 인력을 충당했지만 180명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중국은 인건비 월 60만원, 한국은 최소 월 200만원이라 개성보다 부담이 컸다. 디에스이는 마침 빈자리가 난 안양교도소와 상주교도소에 이달 초 입주해 수형자 100명에게 도움을 받았다. 여러 업체가 지원했지만 법무부가 더 급한 상황에 처한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 우선권을 준 덕분이다. 박 대표는 "교도작업장은 인건비는 중국과 비슷하지만 운송비가 적게 들어 훨씬 유리하다"며 "개성공단 지원 특별법이 생기지 않는 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힘을 써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교도작업'은 교도소 수용자의 근로정신 함양과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형법·형집행법 등에 규정돼 있다. 전국 교도소 38개, 구치소 11개, 지소 3개 등 총 52개 기관 중 민간기업 위탁 작업장이 마련된 45곳에서 수형자 1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개성공단 업체들은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도작업으로 대체인력을 찾은 디에스이도 올해 매출이 15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무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위한 추가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홍성교도소와 광주교도소 작업장이 비어 있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요청하면 활용할 수 있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25기)은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한 후 다각도로 입주 기업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법무부도 교정정책을 활용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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