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학대로 신원영(7)군을 숨지게 한 계모가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여성 유치인에게 바깥 사정을 물어 살피는 등 여전히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원영이가 숨진 뒤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경찰을 속이기 위해 계모와 친부가 거짓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평택경찰서는 13일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를 상대로 강도높은 조사를 이어갔습니다.
김씨는 여전히 반성하는 기색없이 수사에 응하고 있으며, 전날 밤엔 유치장에 입감된 한 여성 유치인에게 "밖에 상황 어떠냐. 내가 TV를 보지 못해서 그런다"며 사건이 어디까지 드러났는지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신의 진술이 어디까지 거짓으로 드러났는지 확인한 뒤 조사에 응하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나마 신씨는 조사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자를 잘못만나 이렇게 됐다"며 잘못을 자신이 아닌 부인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원영이가 사망한 다음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주고받은 신씨 부부의 거짓 문자메시지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원영이가 숨진 다음날인 지난달 3일 신씨는 "여보 밥먹었어?"라고 묻고 김씨는 "네 나는 비빔밥, 원영이는 칼국수 시켜서 같이 먹었어요"라고 답합니다.
또 같은날 신씨가 "원영이 잘 있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밥 잘먹고 양치질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에 둘은 원영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초등학생용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식에 원영이가 오지 않아 학교측이 신씨에게 "의무교육관리심의위원회에 아이를 대동해 참석해달라"고 요구한 이달 3일에는 원영이를 강원도 지인에게 보냈다는 김씨의 거짓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차에서 김씨와 "원영이 잘 있겠지? 오줌 안싸는지 모르겠다. 이사가면 데리고 잘 살자"라는 대화를 나눠 차량 블랙박스에 대화 내용이 녹음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달 4일에는 가증스러운 거짓 문자메시지는 극에 달합니다.
김씨는 신씨에게 "오빠한테 그동안 얘기 못했어. 원영이 강원도 ○○한테 보낸게 아니고 저번달에 외출하고 돌아오니 원영이가 없었던 거야. 오빠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동안 원영이 돌아올까봐 현관문도 못 잠그고 있었던거야"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실제 당시 김씨는 신씨에게 "원영이를 강원도에 있는 친정어머니 지인분에게 보냈다"고 말해, 신씨는 이를 믿고 있는 것으로 둘이 입을 맞춘 상태였습니다.
이에 신씨는 뻔뻔하게도 "나 원영이 찾을때까지 집에 못들어간다"며 마치 자신이 원영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속이는 답변을 합니다.
이밖에 경찰조사에서 신씨는 지난달 12일 원영이를 암매장한 뒤 14일 막걸리와 초콜릿 등을 구입해 다시 찾은 이유에 대해 "밸런타인데이라서 원영이에게 초콜릿도 사주고 옆에 계신 아버지에게 사죄하기 위해서 다시 찾아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신씨는 또 원영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자택 욕실에 감금되고 폭행당하는 등 김씨에 의해 학대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원영이는 계모의 폭행이 무서워서 욕실 바닥에 누워 있다가도 문이 열리면 벌떡 일어나 벽을 보고 서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아이가 변기와 멀찌감치 떨어져 벽을 보고 서 있었기 때문에 두 부부는 아무렇지 않게 욕실에 들어와 변기에서 용변을 보곤 했습니다.
경찰은 14일 평택 자택과 야산 등에서 현장검증을 벌이고 김씨 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한 뒤 구속 만료 시한인 오는 16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한편 원영군의 장례는 이날 친모 등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택장례문화원에서 치러졌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