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 금융4社, 이젠 그룹 먹여살린다
입력 2016-03-13 17:27  | 수정 2016-03-13 20:18
삼성그룹의 순이익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룹 내 금융사들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그룹 내 순이익의 70% 이상을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차지하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금융계열사들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 16개 상장사의 지난해 전체 순이익 규모는 22조734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삼성전자가 19조601억원으로 전체 순이익 중 83.8%를 차지했다. 아직까지 절대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2년 전인 2013년 16개 상장사 순이익 중 92.7%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감소세가 뚜렷해 보인다. 삼성전자 순이익은 2013년 30조4747억원에서 2년 만에 11조원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었다. 이들 4개사 순이익은 2013년 1조3967억원에서 2015년 2조6321억원으로 증가했다. 16개 상장사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에서 11.6%로 3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15개 상장사 순이익 중 금융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8.3%에서 71.6%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금융 4개사가 먹여살리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처럼 삼성전자에서 파생된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이익 감소와 함께 축소되는 모습이다. 삼성엔지니어링(건설)과 삼성중공업(조선)은 최근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에스원 제일기획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순이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금융사들은 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이익이 크게 늘었고 보험사들도 큰 흔들림 없이 자기 몫을 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 이외에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산업구조만 보면 현대자동차그룹보다 삼성그룹이 더 취약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20여 년 전 상위권 기업들 순위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위 기업 간 변화가 크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핵심인 전자업종의 경우 소니와 노키아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상위권 순위에 지각변동이 왔다. 산업 변동이 심해 삼성전자가 두세 번 흐름만 놓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삼성그룹의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산업은 아직 수년 내 그룹 핵심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 이외에 삼성그룹의 핵심인 금융사들도 앞으로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사들은 전반적인 국내 보험시장 정체 속에서 향후 지속 성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20년 보험업권의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큰 특징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올해 초 매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그룹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해외법인 매출 기준) 비중이 90%가량인 데 비해 삼성생명은 1%가 겨우 넘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지 않는 이상 그룹 전체의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며 "해외 금융사 인수 등 인수·합병(M&A)은 물론 해외 금융사들과 연계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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