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등포 준공업지 재개발 `올스톱`
입력 2016-03-13 17:07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준공업지역 일대 전경. [김호영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양평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낡은 공장과 저층 연립주택이 펼쳐진다.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에 이르기까지 1970~1980년대풍 마을이 연상되는 곳이다. 준공업지역인 영등포구 양평동 10~14구역의 현재다. 11·12·13구역은 2010~2011년 사업의 7분 능선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4~5년이 넘도록 관리처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GS건설은 임대주택 추가 등 설계를 바꿔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조합원들 호응이 낮아 고민이다. 급기야 10·11구역은 주민들 사업 의지가 떨어지면서 정비구역 해제가 진행되고 있다. 문래동 1~4가도 2013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해제 위기에 놓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구역이 하나둘씩 해제되면 기반시설 조성 등 재개발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화 시절 서울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준공업지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상업·공업지역 개발을 뜻한다. 일반 재건축과 재개발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같지만 사업지가 주거지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제대로 개발되면 도심과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택과 산업시설(지식산업센터)을 같이 짓는 만큼 젊은층이 선호하는 직주(職住) 근접 개발이 가능하다.
13일 서울시 등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도시환경정비구역(314.6㏊) 중 사업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곳은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에서도 준공업지역은 사업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준공업지역이 가장 많은 영등포구 문래동과 양평동은 사업이 올스톱 상태이고, 성동구 성수동 역시 현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구역이 전무한 데다 한 곳만 소단위 정비(수복형)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사업성이다. 준공업지역은 주거 이외에 산업용지가 포함돼 있어 지식산업센터를 주로 짓는다. 그런데 지식산업센터 분양가는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어서 민간으로서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양평동은 개발이익을 의미하는 비례율이 7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식산업센터는 시장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정부가 수분양 업체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 3~4년간 구로, 금천, 강서뿐 아니라 송파에 지식산업센터 건립이 잇따라 공급과잉 염려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준공업지역이 몰려 있는 성수동도 2010년 이후 지식산업센터 20여 곳이 들어섰다. 한 분양 관계자는 "구로와 금천은 산업단지로 묶여 있고 성수도 IT로 특화돼 있어 그나마 분양성이 양호한 편이지만 문정동 입주가 조만간 시작되면 공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준공업지역이 새 전기를 맞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와 영등포구청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달 '도심권 준공업지역 도시기능 활성화 방안 마련' 용역에 착수했다. 준공업지역은 영등포구가 전체(약 27.65㎢) 중 32.9%에 달하는 9.1㎢로 가장 많은 데다 서울 2030 플랜에 따라 부도심에서 도심으로 격상한 만큼 이에 발맞춰 준공업지역 재개발을 위한 새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해서다. 최근 시·구청 합동회의에서 기존 사업지에 대해 공공기여를 늘리는 대가로 용적률을 허용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최근 시와 시의회가 논의한 '2025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시는 한양도성과 용산, 청량리, 왕십리 등 광역·지역 중심지는 정비예정구역 추가 지정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하지만 영등포는 확대하고 준공업지역 전략재생형을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시는 또 모든 도시환경정비구역 용적률 적용 체계를 '기준-허용-상한'으로 일원화한다. 도시환경정비구역에서 도심부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제외한 곳은 지금까지 '기준-상한' 용적률을 적용해왔는데 중간 단계인 '허용 용적률'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사업 통제권한이 커진다고 볼 수 있지만 민간이 웬만해선 용적률을 상한선까지 받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여를 통해 중간 단계인 허용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사업성을 개선하는 길이 생긴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준공업지역 전략재생형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최대 480%까지 올리고, 정비 대상 용지를 1만㎥ 이상에서 3000㎥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역세권은 임대주택(뉴스테이 포함)이나 기숙사를 지으면 용적률을 현재 250%에서 400%로 완화해주기로 한 '준공업지역 재생과 활성화 방안'도 조만간 본격 시행에 들어가 세부 지침이 마련될 예정이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준공업지역 사업 지체는 주택경기 침체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다"며 "시도 서울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땅인 준공업지역에 대해 도시계획 규제를 푸는 기조인 만큼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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