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언제나 한발 앞 서 있다.”
구글은 10일 진행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의 바둑 두번째 대결이 종료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승부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 9단이 첫 대국과 달리 초반부터 진지하게 임하면서 알파고와의 승부가 마지막까지 난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알파고는 대국중 계속 ‘불리한 경우의 수를 줄여나갔고 이미 경기가 채 끝내기도 전에 미리 그 결과를 사전 분석해서 구글 기술분석팀에 보고 했다.
실제 지난 9일 벌어진 첫 대국에서도 이 9단이 돌을 던지기 30분 전에 구글은 알파고의 승리를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구글 알파고 논문을 게재한 네이처지의 취재팀에 따르면 VIP실에서 대국을 지켜보던 데미스 하사비스는 대국이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미 알파고로부터 판세 분석 보고를 받고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해설자들은 알파고와 이 9단이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대결”이라며 열띤 해설을 하고 있었다.
네이처 취재팀은 이런 내용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게재하면서 박빙 승부라는 해설을 듣던 하사비스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후반부에 갈수록 인공지능으로선 계산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기 때문에 결과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라면서도 인공지능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놀라워 했다.
구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일반 가정(네스트)은 물론 자율자동차(구글카), 음성인식(구글나우·구글글래스), 이미지 인식(구글포토)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유망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끊임 없이 기술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다.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레이 커즈와일은 지난 201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며 5~8년 안에 혁신적 구글 검색엔진이 나올 것이며, 2029년엔 아무리 복잡한 질문이라도 마치 사람과 얘기하듯 대화할 수 있게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다. 2012년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머신러닝과 언어처리 과정에 관련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그를 구글 기술책임자로 영입했다.
커즈와일이 말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무엇일까. 단순하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 사람이 좋아할 것을 제시해주는 ‘인공지능이다. 슬픈 사람에게는 슬픔을 달래주는 노래를 추천하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울적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는 구글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의지다. 이런 고도의 창의적 작업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구글은 정보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소구하는 서비스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에 모인 사진과 지도 정보, 수백가지의 언어에 대한 번역결과 등을 조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했다. 학계는 이러한 자료들이 하사비스의 연구와 만났을 때 다양한 종류의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사비스도 이미 그러한 야심을 드러냈다.
하사비스는 대국 전날인 8일 간담회를 통해 딥 마인드의 인공지능은 게임 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될 것”이라며 딥 마인드는 의료 분야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얼마전 임상의를 위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영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하크를 인수하고 ‘딥마인드 헬스 부서도 신설했다. 구글은 지난달 딥마인드를 통해 영국 로열 프리 병원과 협력해 시범 운영 중인 모바일 앱 ‘스트림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스트림스는 신장이 심각하게 손상된 환자 정보를 실시간 수집해 의사나 간호사가 빠르게 진단하도록 한 앱이다.
구글 관계자는 GV(구 구글벤처스)를 통해 소비재, 생활과학, 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 많은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GV는 네스트를 구글이 인수하기 전부터 단계적으로 투자했다. 네스트는 스마트 감지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로 인공지능 자가학습 온도계(네스트 러닝 서모스탯), 담배 연기와 일산화탄소 탐지기(네스트 프로텍트) 등 제품을 내놨다.
인공지능을 이식할 로봇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일본의 샤프트,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8개 로봇 기업을 인수해 로봇 군단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기반기술인 ‘머신러닝을 로봇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 예시로 구글은 로보틱스 연구소를 설치하고 로봇 팔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로봇 팔이 물건을 집었을 때 잘못 집었을 경우, 집게가 맞물리면서 물건을 들어올리지 못하게 된다. 성공적으로 집으면 서로 맞물리지 않게 돼 이를 바탕으로 성공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각도로 집어야 가장 잘 집어올리는지 매일 트레이닝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 전 구글 부사장이 로봇팀을 이끌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구글은 2014년에는 GV를 통해 로봇 스타트업 ‘사비오크에 200만 달러 투자했다. 사비오크는 호텔, 노인요양시설, 병원, 레스토랑 등에 적용되는 클라우드 방식의 서비스 로봇을 연구하는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이다. 루빈 전 부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제임스 커프너를 봐도 구글 로봇 군단이 지향하는 방향이 보인다. 커프너는 20여년간 로봇을 연구한 ‘로봇 전문가인데다 직전까지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연구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경진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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