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OOO아파트 관리·운영을 맡은 위탁관리회사 A사는 입주민들이 낸 관리비 통장에 든 목돈을 자기 돈처럼 이용했다. 실질적으로 관리비에 대한 감시·감독이 없다는 점을 노리고 관리비 통장에서 자금을 인출해 업무외 용도로 사용한 뒤 월말에 다시 입금했다. 이런식으로 A사가 관리비를 무단으로 유용한 금액이 5억원에 달했다.
# 경기도에 있는 OO아파트 입주자 대표이자 회장인 B씨는 아파트 외부도색 공사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H페인트 직원과 짬짜미를 했다. 다수 업체를 입찰시켜 경쟁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지만 B씨는 H페인트와 짜고 다른 업체의 입찰 서류를 위조해 경쟁입찰인 것 처럼 위장한 뒤 H페인트를 최종 선정했다. 이후 B씨는 회사로부터 아파트 도색공사 낙찰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았다.
10일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과 국토부, 경찰청이 합동으로 실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 결과 전국 중·대형아파트 단지 5개 중 1개는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 김부선 씨가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아파트 관리비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 중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 행위자의 대부분이 입주자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가 사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감사를 하지 않았으나, 관리비 관련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자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전국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대상에는 전국 9009개 아파트 단지가 포함됐고 이중 99.8%인 8991개 단지가 참여했다.
외부감사인(회계사)이 실시한 종합 감사 결과를 보면 전체 아파트 단지의 19.4%인 1610개 단지가 회계처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회계장부상 중요한 자료인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43.9%로 가장 많았다.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으면 관리비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회계자료를 누락한 경우도 18.2%에 달했고, 아파트 유지보수 비용(장기수선충당금)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수법으로 장부를 조작하는 사례도 15.8%에 달했다. 사실상 아파트 관리비에서 회계 분식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리 행위자를 보면 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적발된 사례 가운데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입주자 대표회장이 41.4%, 관리소장이 35.3%로 가장 많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와 경찰 단속 결과 이처럼 회계장부와 실제 현금 흐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입주자 대표회장이나 관리소장이 별다른 증빙 없이 관리비를 갖다 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며 특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의 관리비 횡령과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의 고질적 비리가 많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 부실회계와 부정 횡령·유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주택법에 근거해 관리비 회계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적을 실시해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하고, 감사를 방해하거나 거짓자료를 제출하면 제재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영업정지 등의 처벌 이력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공개해 부적격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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