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투證 "현대증권 본입찰 불참할수도"
입력 2016-03-06 17:51  | 수정 2016-03-06 19:57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증권이 실사 과정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유력 인수후보 한국투자증권이 실사자료 부실을 문제 삼아 본입찰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른 인수후보인 KB금융도 부실한 실사자료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6일 한국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실사자료가 부실하고 현대증권 측 협조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 현재 상태로는 최종 본입찰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4일 예정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2강 인수후보 중 한 곳이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증권에서 잠재부실 등 매각 관련 실사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입찰가를 제대로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불만은 KB금융 쪽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KB금융 인수작업팀 관계자는 "실사자료가 있는 데이터룸을 들여다본 결과 충분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다"며 "최근 실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최근 5년 새 최고치인 279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여서 리스크 요인에 대해 철저히 실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이 재무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상세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난다 해도 값을 깎거나 인수를 취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복수의 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4월 말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현대그룹 자금난이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인수사는 본입찰 이후 발견된 부실은 스스로 떠안아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후보 측은 현대그룹 측이 공공연하게 현대증권 매각 하한선을 '6500억원 이상'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보유 현대증권 지분 22.43%의 시장가치는 지난 4일 현대증권 주가 6580원 기준으로 3492억원에 불과하다. 현대그룹 측이 시장가 대비로는 86% 선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분의 순자산가치(자기자본)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222억원이어서 이 잣대로 산출한 현대증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8배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데도 대우증권과 달리 현대증권 PBR가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향후 성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입장에선 장부가 이하로 매각하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의 장부가는 6935억원이다. 이보다 낮은 값에 팔리면 차액만큼 현대상선에 영업외손실이 발생하므로 채권단에서 재무구조 악화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지난해 오릭스에 현대증권의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도 매각대금 6600억원 중 2000억원을 현대상선 재출자로 충당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재출자분을 제외할 경우 오릭스가 실제 부담할 돈은 4600억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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