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남위협 수위 높인 北 "핵탄두, 언제든 쏠 수 있게 준비"
입력 2016-03-04 14:23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우리나라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위협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어 조만간 고강도 도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3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직접 지도하면서 "실전 배비한(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제는 적들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방식을 선제공격적인 방식으로 모두 전환시킬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전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스커드(사거리 300~500㎞)나 노동(사거리 1천300㎞)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할 정도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이 지칭한 '선제공격적 방식'의 대상은 우리나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스커드와 노동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한 것으로 본다"며 "미국 본토를 타격 가능한 기술은 한참 멀었고, 최대 1만2천㎞로 알려진 KN-08의 실제 사거리도 약 5천㎞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이날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6차례나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박근혜가 지금 뒷일을 감당해낼 대책도 없이 무모한 무력증강 놀음을 벌여놓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미제를 겨냥하는 우리의 핵타격 무장의 조준경 안으로 들어오는 자살적인 망동을 당장 걷어치우고 이성적으로 분별있게 처신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조선인민군은 섬멸의 포문을 열어두고 박근혜의 생존욕과 생존방식을 지켜볼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 27일 로켓 발사 훈련을 시찰할 때 "박근혜의 그 무슨 대통령 기념사로 패전을 승전으로 둔갑시키는 해괴한 광대놀음까지 벌리고 있다"고 말한 이후 처음입니다.

김 제1위원장의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김 제1위원장에 별도 직함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이라고만 호칭하면서 북한의 대남 테러 현실화 가능성을 강조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에는 김 제1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겨냥해 '폭정'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당장에라도 남한을 공격할 것처럼 위협하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고강도 도발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위협의 수위는 높지만 국제사회의 초강도 대북 제재 결의와 박 대통령의 김정은 실명 거론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김정은의 이번 시찰시 발언에서 추가 핵실험 같은 강도 높은 실제 도발을 예고한 대목은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전공 교수는 "최근 들어 북한이 지난 2013년 초처럼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실제 고강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김정은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지만 앞으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말 북한 매체 감시 사이트인 'KCNA 워치'가 산출하는 '북한위협지수'를 활용해 북한의 위협적 언사가 실제 군사적 도발로 직결된다는 징후는 없으며 오히려 반대의 경향마저 나타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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