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호주 중앙銀, 채권 1조원 매입
입력 2016-03-01 18:01  | 수정 2016-03-01 22:10
호주중앙은행(RBA)이 국내 채권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달 중순 프랭클린템플턴 측 매도로 촉발된 외국인 자금 이탈 염려가 완화될지 주목된다.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해 급락세를 보이던 원화값도 안정될 조짐이 엿보인다.
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호주중앙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국고채를 1조원 이상 매입했다. 호주중앙은행이 원화 채권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중순 처음 매입한 이후 거의 매일 추가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이 3조원가량 원화 채권을 매도하며 국내 시장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 염려가 불거진 상황이었다. 2013년 말 기준 원화채권 약 26조원을 보유했던 '큰손' 프랭클린템플턴은 최근 보유 잔액이 17조원까지 줄었다. 그러나 장기투자자로 분류되는 호주 중앙은행이 최근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시장 불안감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까지 줄어들던 외국인 채권 투자 잔액도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 측 채권 매도 공세가 거셌던 지난달 18일 95조112억원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투자 잔액은 호주중앙은행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 매수로 지난달 25일 96조3410억원까지 늘어났다.

호주중앙은행이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는 소식에 원화 가치도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한때 1240원 중반대까지 급락했지만 외국인 매수 소식에 자본 유출 염려가 희석되며 1237.70원으로 강세 전환한 채 마감했다. 1일 서울외환시장이 3·1절로 휴장한 가운데 아시아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달러당 원화값은 1233.30원 수준에 형성돼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며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와중에서도 역외 선물환시장에서 원화값이 강세를 나타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올 들어 지속되던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 호조 분위기는 비우량기업 신용등급 강등과 구조조정 이슈로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시장 유효경쟁률은 지난 1월 2.88배에서 2월 2.04배로 소폭 하락했다. 유효경쟁률은 회사채 투자 수요를 발행 예정 금액으로 나눈 수치로, 숫자가 높을수록 발행시장에서 인기가 뜨겁다는 의미다.
지난 1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LS전선 한 곳만 부분 수요 미달이 발생했으나 2월에는 대한항공 SKC 한화케미칼 한라홀딩스 등 4개 업체가 미매각을 기록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세 분위기가 지속되려면 AA 이상 우량 등급에서 시작된 가산금리(크레디트 스프레드) 축소세가 A등급 이하까지 확산되어야 한다"면서 "최근 수출지표가 나빠지고 물가도 하락하면서 경제 건전성과 비우량 기업에 대한 염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A등급 그룹인 두산 계열사 신용등급이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된 점도 회사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핵심 계열사인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은 A-까지 강등됐고 이후에도 부정적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현대상선 구조조정 방향도 이달 내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모든 관련자 협조 없이는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전례 없이 강력한 견해를 표명하고 있어 회사채 투자자들도 만기 연장과 금리 조정을 통해 손실을 분담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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