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이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래 가장 낮았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경기와 경제심리가 동반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대기업 연체율은 1.14%로 2012년 8월(1.9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연체율을 기준으로 보면 1개월 단위로 연체율을 산정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대기업의 연체율이 늘어난 것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권 정리규모보다 신규 연체발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중소기업보다 건설업과 해운업 등 대기업에서 두드러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경기부진은 경제심리까지 얼어붙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2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각각 63과 6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업황 BSI는 메르스 사태 직후인 지난해 6월(66)보다도 3포인트 낮았다. BSI가 100을 밑돌면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가가 낙관론자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제조업·비제조업의 BSI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경기전망이 안좋다 보니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고 이것이 결국 장기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비교적 자금력이 좋은 대기업들의 연체율까지 높아졌다는 것은 보수적인 경영에도 한계가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우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