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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분`으론 올림픽 본선 못 간다
입력 2016-02-28 15:49  | 수정 2016-02-28 17:27
권창훈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권창훈만큼 뛰어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 본선행 확률이 커지고, 본선에 가서도 가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뛰어라."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이 올림픽 대표 선수들에게 내준 숙제다. 지난 17일 "권창훈 박용우 김현 외 대다수 선수가 소속팀에서 주전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변화가 없으면 올림픽 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팀 주축 선수들의 지난해 출전시간을 살펴본바 슈틸리케 감독이 우려섞인 목소리를 낼 만했다. (단 1분을 출전해도 1경기로 기록하므로 출전시간(분)을 기준으로 했다.)

K리거 중 권창훈(수원/2687분) 이찬동(광주/2578분) 박용우(서울/1898분) 이슬찬(전남/1802분) 등 4명만이 전체 출전시간의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수치상으로도 이 넷만이 '주전'에 가까웠다.
슈틸리케가 언급한 김현(제주)은 5경기 풀타임에 그쳤다. 출전시간은 1259분이다.
올림픽팀에서 주축 역할을 해야 할 문창진(포항)은 장기 부상 여파로 863분만을 누볐다.
K리그 클래식 선수간 출전시간 격차가 심했다. 7월 즈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다시 짚어볼 계획이다. 이미지=윤진만

그래프에서 보듯이 선수간 출전시간 격차가 심했다. 권창훈이 2687분을 뛸 때, 강상우(포항)는 294분을 누볐다. 경기당 10분도 뛰지 못했다.
해외파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올림픽팀 주전 수비수 송주훈(미토 홀리호크)은 소속팀에선 비주전으로 분류했다. 3780분(J2리그) 중 1/7에 못치는 514분을 소화했다. 지난 두 시즌 출전 경기수는 10경기다.
연제민과 함께 올림픽팀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송주훈. 경기 출전수가 너무 적어 올림픽팀 코치진을 걱정케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미드필더 김민태(베갈타센다이)는 3060분(J1) 중 1274분을 뛰었다.
류승우(빌레벨트)는 전반기 레버쿠젠에서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박인혁(FSV프랑크푸르트)은 시즌을 통틀어 56분이 출전시간의 전부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최경록(상파울리)도 교체 자원으로 현재까지 356분 그라운드를 누볐을 뿐이다.
위 수치를 꿰고 있는 신태용 올림픽팀 감독은 당연하게도 선수들의 2015년 성적표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선수들에게 '소속팀 감독을 구워삶더라도 꼭 경기에 나서라'고 주문한 이유다. 그는 "짧은 소집기간 체력 훈련을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류승우는 판단이 빨랐다. 지난 1월 빌레벨트로 임대 떠나 경기 출전시간을 늘렸다. 사진=MK스포츠 DB

류승우가 가장 빨리 응답했다. 빌레벨트 임대를 떠난 뒤 3경기 연속 출전으로 신 감독이 내준 숙제를 성실히 푸는 중이다.
다른 선수들도 이를 악 물었다. 소속팀에 변화가 없는 권창훈 이찬동 이슬찬 박용우 연제민(수원) 정승현(울산) 심상민(서울) 이창근(부산) 등은 주전 유지를 목표로 삼았다.
이적생과 프로 초년생 이창민(제주) 박동진(광주) 김동준(성남) 이영재(부산)는 하루빨리 새 팀의 선발 라인업에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할 듯하다.
개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선 올림픽 본선 최종명단 18명에 오르지 못한다는 건 볼 보듯 뻔하다. 와일드 카드 3장을 제외하면 기존 선수 중 리우로 향하는 필드 플레이어 13명에 불과하다. 바늘구멍은 최종예선 때보다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살려면 뛰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마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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