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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스케치] 소집 첫 날 ‘핑크’ 박병호가 된 이유는?
입력 2016-02-28 06:13  | 수정 2016-02-28 06:15
미네소타 내야수 박병호가 공식 소집 훈련 첫 날 동료들과 함께 뜻 깊은 핑크색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美 포트마이어스)=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포트마이어스) 김근한 기자] 미네소타 트윈스의 공식 소집 훈련 첫 날, 내야수 박병호(29)의 유니폼 색깔은 분홍색으로 가득했다. 공식 유니폼이 아닌 특별 제작된 핑크 유니폼을 입고 나온 것. 박병호 뿐만 아니라 미네소타 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핑크 유니폼을 착용하고 훈련에 임했다. 여기에는 ‘심장과 관련된 사연이 있었다.
박병호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미네소타 스프링 캠프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가했다. 공식 소집 첫 날답게 많은 미네소타 팬들이 스프링 캠프를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날 오전 팬들 앞에 나타난 선수들이 입고 있던 유니폼은 평소와 달랐다. 핑크색 티셔츠에 가슴 쪽에는 ‘HEART OF 29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미네소타 구단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모두 이 핑크색 옷을 입고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미네소타의 전설이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로드 커류(71)와 관련된 이야기. 파나마 출신인 커류는 지난 1967년 미네소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 137경기 출전 타율 2할9푼2리 8홈런 51타점으로 올스타에 뽑혔고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가지 차지했다.
커류는 1977시즌에서 타율 3할8푼8리 14홈런 100타점으로 아메리칸 리그 MVP까지 가져갔다. 이후 1979시즌 캘리포니아 에인절스(現 LA 에인절스)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1985시즌 은퇴한 커류의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타율 3할2푼8리 3053안타 92홈런 1015타점 1424득점이었다. 에인절스와 미네소타에서 모두 등번호(29번)가 영구 결번됐다.
심장마비 후 건강을 회복한 미네소타 영구결번의 주인공 로드 커류(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미네소타 트윈스 페이스북 캡처
이후 지도자 생활을 2001시즌까지 한 커류는 종종 미네소타 스프링 캠프에 나타나 후배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골프를 치던 도중 갑작스런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진 뒤 인공심장을 다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 당시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커류는 건강을 회복한다면 다음 시즌 미네소타 스프링 캠프를 방문하겠다고 다짐했다.
건강을 회복한 커류는 그 목표를 이뤘다. 이날 미네소타 캠프지를 방문한 커류는 야외 훈련장에 나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수술 이후 심장마비 예방 관련 재단까지 설립한 커류는 핑크 유니폼을 입은 후배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박병호 역시 뜻 깊은 핑크 유니폼을 입고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 종료 후에는 커류와 함께 의미 있는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핑크 유니폼을 입은 미네소타 선수단 사진=미네소타 트윈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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