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공기업에 납품을 준비한 신생 의류업체 사장은 인터넷에 뜬 입찰 공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A공기업이 6억 7000만원 어치 점퍼를 구매하면서 입찰 자격으로 ‘백화점 10곳 이상 납품 브랜드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는 뒤늦게 국가계약법상 ‘브랜드에 따른 입찰 제한은 불법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낙찰자가 결정된 후였다”고 토로했다.
B교육대학은 논문 등 각종 인쇄물 계약을 맺으면서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시설규모 100㎡ 이상이란 중복 제한을 둬 오랜기간 한 대형 인쇄업체와 계약한 사실이 적발돼 감사기관의 시정 명령을 받았다.
창업초기·소규모 중소기업들을 울리는 이같은 공공 조달 시장의 ‘구매 갑질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물품·용역 구매를 하고 있는 77조원대 공기업·지방자치단체의 조달 시장에서는 ‘구매 갑질이 일반화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같은 제품인데도 기관별로 ‘스펙이 제각각이어서 신생 중소기업들을 울리고 있다. 공기업 조달 시장 스펙을 맞추려고 1억원을 따로 썼다는 기업이 있을 정도다.
그나마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중앙부처 조달과 달리 공기업과 지자체는 물품·용역 조달때 재량권이 많기 때문에 ‘구매 갑질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신생 중소기업들은 공기업들이 2억 1000만원 미만 구매할 경우 완전 재량권을 주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공기업과 지자체의 조달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하지 못하고 있다. 감시제도를 마련할 기본 자료조차 없는 셈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신생 중소기업이 곧바로 뛰어들 수 있는 물품·용역 입찰 시장만 해도 연간 약 2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이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인데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많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