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 레이더 홍콩] 아직은 불안불안한 홍콩 증시
입력 2016-02-24 17:29  | 수정 2016-02-24 19:52
홍콩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자본조달 창구 구실을 해왔다. 1985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 가치를 모두 합치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과 엇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홍콩 증시 시가총액이 GDP의 10배를 웃돌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홍콩 증시가 급락한 것은 중국 경제 둔화 이외에 달러페그제(1달러=7.75~7.85홍콩달러)에 대한 공격 때문이다. 1997년처럼 홍콩의 달러페그제가 핫머니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가 반영된 것이다.
1994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50%나 절하하며 현실화에 나섰다. 이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홍콩달러화의 실질실효 가치는 급등했다. 홍콩달러화가 교역 상대국보다 너무 비싸져 홍콩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염려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투기 세력은 급기야 1997년 10월 홍콩이 페그제를 포기하고 화폐 가치를 절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홍콩달러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홍콩달러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급증했고 페그제를 지키기 위한 홍콩 통화당국은 홍콩 내 금리를 미국 금리보다 훨씬 높은 15%까지 용인해줘야 했다. 결국 투기적 공격은 실패로 끝났지만 주식과 집값 동반 급락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1998년 5.8%감소했지만 2000년에는 7.7%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주가도 저점 대비 150%나 반등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자 홍콩의 명목금리도 2000년 7%에서 2004년 0%로 낮아졌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2004년까지 마이너스에 머물면서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수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01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여파로 홍콩의 실업률은 8%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홍콩 증시와 집값은 반 토막이 났다.
2016년 현재 외부 충격에 대한 홍콩의 대응능력은 1997년보다 분명히 개선됐다. 외환보유액과 재정 흑자도 늘었고 은행 예대율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홍콩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위험 요인은 여전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30% 이상 절하하거나 미국 연준이 금리를 3% 중반까지 빠르게 인상할 경우 홍콩달러화의 실질가치는 급등하고 홍콩달러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다시 급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홍콩당국은 1997년과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금리 급등을 허용하면서 페그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통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페그제를 포기·변경할 것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 금융중심지로서 홍콩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페그제를 포기할 수 없다. 결국 자본 유출압력이 커지면 홍콩당국은 금리 상승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산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셈이다.
홍콩 증시와 부동산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와 위안화, 그리고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 경제와 위안화가 안정되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도 늦춰지면 홍콩의 자산가격은 빠르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8%에 그치면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6.9위안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도 금리를 두 번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결국 이런 전망을 종합해 보면 홍콩 증시에 희망을 갖기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판단이다.
[권영선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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