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귀향은 나눔의 집에서 심리치료 중 그린 강일출 할머니의 작품 ‘태워지는 처녀들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림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조정래 감독은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편의 영화가 탄생했다.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열네 살 정민(강하나 분)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귀향은 절대 쉽게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 14년 만에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된 이 영화는 수 년 동안 여러 차례의 투자 거절로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해 7만5270명의 시민의 후원으로 완성되게 됐다.
현재 강제로 위안소에 끌려가 모진 일을 겪었던 수많은 피해자 중에는 239명만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돼 있으며, 단 44명의 피해자만이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2월21일 정부 등록자 기준) 봉사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피해 할머니들의 곁에 가깝게 있었던 조 감독은 ‘귀향을 통해 ‘태워지는 처녀들을 철저히 재현하려 노력했다.
영화는 피해자의 넋을 모시는 귀향 굿을 중심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당시 열여섯이었던 소녀가 잦은 성적 학대와 폭행으로 물들어진 세상에서 피부로 느낀 두려움을, 동시에 전쟁에 혈안 돼있던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지없이 증언해 가는 과정은 미안한 마음과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배우들의 진한 여운을 남기는 호연도 강렬하다. 해맑던 아이가 점점 두려움에 빠지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나간 배우 강하나와 순수 재능기부로 영화에 참여한 배우 손숙은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타향에서 죽어간 소녀들의 넋을 모시는 귀향 굿을 펼쳐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 최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린 무녀를 통해서 먼저 타향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돌아온다는 뜻을 담아 ‘돌아올 귀(歸)가 아닌 ‘귀신 귀(鬼)를 제목에 사용한 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할머니들로부터 들었던 가장 무서웠던 말은 ‘우리 이야기가 알려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는 말이었다. 그것만큼 무서운 명령이 없었다. 이 영화를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잊혀지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담은 ‘귀향은 꼭 봐야만 하고, 두 번 봐야만 하는 영화다. 분노와 슬픔을 함께 느끼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만 한다. 24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