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구 획정 난항…결국 ‘총선 연기론’ 힘 실리나
입력 2016-02-22 16:09 

여야는 초유의 선거구 공백사태가 발생한지 53일이 지난 22일에도 선거구획정 협상에 나섰으나 입장이 맞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 선거인명부 작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총선 연기론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이목희 정책위의장,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3+3 회동을 갖고 선거구획정과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협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나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으나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것이다.
◆ 野 정보수집권한 국정원에 못 줘”
관건은 테러방지법이었다. 그동안 여당은 23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처리와 함께 획정기준을 확정해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에 보내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테러방지법은 미루자고 맞섰다.
여야는 전날 비공개 심야 회동 등 물밑 협상을 통해 대테러센터 컨트롤타워를 총리실에 두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국정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이동통신사에 대해 서면으로 테러 용의자의 금융거래내역과 통신감청자료를 요구해 관련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달라고 했으나 야당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3+3회동에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테러정보수집을 위한 국정원의 상시적인 금융거래감시 및 통화 감청법은 실질적으로 합의가 진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며 통신감청, 금융정보분석 권한까지 국정원에 주는 방식으로 정보교류의 일원화하는 것은 세계적 조류에도 맞지 않고 국정원이 불신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결코 대테러의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 의장은 협상이 결렬되면서 선거구 획정이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일부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렬시 직권상정까지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야, 마지노선 5차례나 어겨
여야는 지금까지 선거구획정과 관련해 스스로 정한 마지노선을 5차례나 어겨왔다. 공직선거법상 총선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13일까지 선거구획정을 마무리 짓도록 규정돼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한 달 후인 12월 15일은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이었으나 시한을 넘기면서 일부 예비후보들은 자기 지역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등록부터 해야 했다.
헌재가 정한 선거구획정 개정일인 작년 12월 31일도 어겨 지난 1월부터는 모든 선거구가 사라져버렸다. 또 설연휴 전까진 선거구획정을 끝내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어겼고 23일까지 처리하겠단 발표도 다시 29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획정을 늦춤으로써 현역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서울의 경우 성동구와 중구가 합구될 것으로 보이는데 성동구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엄밀하게 따지면 중구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선거에 나가야 되는데 지역구민들도 못 만나보는게 말이 되냐. 정치 신인들이 불이익을 받고 나아가 선거운동이 제약을 받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했다.
◆ 선거구 사실상 합의 끝났는데도..
여야가 더 비판받아야 할 대목은 선거구획정에 대한 합의가 사실상 이미 끝났다는 점이다. 여야는 이미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절충했고, 시·도별 의석수도 서울, 인천, 충남, 대전의 경우 1석이 증가하고 경기도는 8석을 늘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과 전남, 강원은 1석씩, 경북은 2석이 줄어드는 것도 어느 정도 합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획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는 획정이 늦어지는 것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선거구 자체가 사라진 공백상태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때문에 모든 일정이 거의 편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에 대해선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당연히 해야하는 선거구획정과 연계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박의명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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