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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저력의 삼성’이 보여줄 ‘근성의 주루’
입력 2016-02-22 06:02 
삼성은 2사후 득점력에 집중하면서 공격적인 주루를 훈련 중이다. 박해민 김상수 구자욱 등 탁월한 주력의 빠른 주전 타자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해 48홈런으로 리그 홈런 2위에 올랐던 나바로(지바롯데)와 26홈런을 날렸던 박석민(NC)이 떠났다. 또 새로운 선수들이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겠지만, 내야수로서는 특출하게 장타력이 빼어났던 선수들의 공백이라 올해 삼성 타선은 어느 정도 화력 감소를 각오해야 할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삼성의 오키나와 캠프를 방문해 이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파워 걱정을 덜게 된다. 역시 이 팀은 섣불리 깊이 걱정할 팀이 아니다. 파워의 대안으로 삼을만한 공격적인 주루 훈련이 인상적이었다.
야구에서 일반적으로 2사후 2루 주자의 리드는 방향과 폭이 달라진다. 2-3루 선상 보다 45도 정도 바깥쪽으로 다섯 발 정도 리드하는 게 통상적인 선택이다. 안타가 터지면 (다소 짧은 히트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홈으로 쇄도하기 위해 3루 안쪽으로 돌면서 베이스를 스치고 곧장 홈으로 달려가는 ‘포물선 주로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다른 선택을 훈련하고 있었다. 2사후에도 2루 주자가 3루 정방향으로 리드를 잡았다. 우선 3루 점유를 목표로 하는 전술이었다. 아웃카운트가 단 한개만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후속타에 득점에만 기대기보다 일단 여러 가지 변수 상황(폭투 포일 실책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3루를 먼저 차지하겠다는 목표가 우선이었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삼성 타자들에 대한 두 가지 분석이 있다.
첫째, 박해민 김상수 구자욱 등 빠른 주자들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들은 워낙 출중한 주력을 갖고 있어서 굳이 2개 베이스 질주를 위한 바깥쪽 리드를 준비하지 않아도 ‘들어올 수 있는 안타에는 (정상적인 3루 방향 스타트로도) 충분히 홈까지 쇄도가 가능하다는 믿음이다.

둘째는 이들을 제외한 빠르지 않은 타자들의 속성에 대한 이해다. 빠르지 않은 타자들은 주로 육중한 타자들이다. 홈까지의 ‘포물선 주루를 목표하면서 선상 바깥쪽으로 리드를 잡더라도, 이들은 막상 뛰다보면 체중에 의한 원심력 때문에 원하던 주로 보다 자꾸 바깥쪽으로 몸이 쏠린다. 생각만큼 매끄러운 3루 베이스 안쪽으로의 질주가 쉽지 않고 결국 몸을 한 번 더 안쪽으로 틀어야 하는 일이 흔하다. 이 타자들이 뛰면서 ‘밀려날 정도를 미리 계산하면 2-3루 직선상으로 리드를 잡는 것이 2개 베이스를 뛰어야 하는 경우에도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게 삼성의 분석이다.
사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2사후 2루 주자의 리드 방향을 여전히 2-3루 선상에 두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보여주는 팀들이 꽤 있다. 주자들의 특성과 팀의 전술을 세밀하게 고려해 준비하는 선택들일 것이다.
시원하고 확실한 해결능력, ‘장타는 어느 팀 타선에게나 절실한 요소다. 삼성에게 뼈아픈 공백이 닥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장타력의 약화를 메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2사후에도 한개 베이스를 절박하게 노리는 삼성의 주루 훈련은 그래서 스마트하고 듬직해 보인다.
명가 삼성에게 올해는 낯선 겨울이다. 수년 동안 으레 ‘붙박이 원톱 우승후보였는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전력 약화를 점치는 목소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그들에게는 진짜 저력을 증명할 오랜만의 기회일 수도 있다. 삼성이 보여줄 ‘강팀의 두께가 기대되는 2016시즌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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