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7.0원 오른 1234.4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31원에 거래를 시작해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장중 한 때 1240원선을 넘보기도 했다.
외국인 증권자금 이탈우려가 커지면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 매수 속도가 빨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경제 하방 리스크를 거론하는 등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줌으로써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에 반대해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된 것 또한 한 몫했다.
전날 정부가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하며 북한의 테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히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홍승제 한은 국제국장은 한은과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시장 내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지나친 쏠림에 대해 대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공식 대응에 나서자 곧바로 1227.8원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이후 123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다가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가 유독 하락하면서 이른바 준 안전자산으로서의 원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인포맥스 데이터에 따르면 원화는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미 달러 대비 4.45% 평가절하됐다. 같은 기간 러시아 루블화가 4.20%, 호주 달러가 1.93% 절하된데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다른 아시아 통화인 싱가포르달러, 위안화(CNH)와 링깃화 등은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원화 약세의 영향으로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091.67원으로 전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14.13원 올랐다. 원·엔 환율이 1090원대까지 오른 것은 2013년 10월25일(1095.39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끝나지 않았고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265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