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리뷰]`섬. 사라진 사람들`, 류준열의 악역보다 충격적 사건의 환기
입력 2016-02-19 11:1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13년간 '염전 노예'로 살았던 지적장애 2급인 김모씨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21세기에 노예라니, 그것도 10년 이상을 갇혀 인간답게 살지 못한 그의 삶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는 이 사건 하나로 충격인데 여기에 다른 사건을 하나 더 얹어 한 번 더 충격을 준다. 미제 살인사건이다. 염전 노예 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박효주)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다.
염전 노예를 취재하다 해를 당한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 사건에 대한 치열한 토론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 의해 실제 사건에서 발견된 동영상 자료인 듯한 착각을 주는 파운드풋티지 형식으로 바뀐다. 두 기자가 염전 노예를 취재하는 과정이 온전히 담겨 실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한다.
감독은 1시간 이상을 할애해 염전 노예 사건을 다룬다. 부러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이 취재한 것처럼 이상한 앵글을 쓰거나 포커스 아웃 등의 기법으로 몰입도를 높이려 했다. 관객이 어지럽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떠들썩했으나 이내 식어버린 사건을 환기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읽힌다.

염전 노예를 신고하지만 경찰과 복지부, 농림부 등 관련 기관 단체들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도 현실적이라 더 허탈하게 느껴진다.
사건에 사건을 얹은 구조는 독특하다.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다큐 형식의 영화는 극영화로 바뀐다. 스릴러적인 요소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후반부에는 염전 노예 사건을 변주해 극영화로 탈바꿈시켰다. 급격하게 꺾여버린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잘 빠진 전개가 아니라 삐걱거린다. 갈피를 잡지 못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시선이 양분되는 단점도 있다.
중상을 입은 여기자의 진짜 이야기가 이제 시작될 때쯤 마무리되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희망적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맞물리는 구조가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주위에 어처구니 없는 사건, 사고들이 너무 잦으니 감독의 상상력에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박효주의 연기와 노예로 나오는 배성우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박효주는 진짜 열혈 취재기자 같고, 배성우의 연기는 섬뜩할 정도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훈남으로 사랑받은 류준열이 염전 노예를 부리는 주인(최일화)의 아들로 잠시 등장해 강렬한 쌍욕 연기와 날라차기를 선보인다. 제대로 악역인데 일부 팬들이 충격받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죄는 그들에 대한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죄"라는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하며 문제를 제기한 이지승 감독은 자극적인 사건에 관한 관심이 아니라 "인권에 대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을 유린한 성폭행범을 40일간의 추적 끝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잡은 엄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공정사회'를 연출한 이 감독의 신작이다.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3월3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