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회복을 예상하고 지난해 말 9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7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정례회의(26~27일) 의사록에는 ‘불확실성(uncertain·uncertainty이라는 단어가 14차례, ‘하방위험(downside·downside risk)이라는 단어는 12번 등장했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종전에 비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연초 이후 가파른 중국경제 둔화 불안감속에 위안화가 급락한데다 은행 디폴트 공포감속에서 유럽금융시장까지 요동을 치면서 미국 거시 경제지표가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FOMC 위원들은 일부 해외 경제의 상당한 경기침체 가능성과 함께 상품시장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미국 경제활동에 추가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FOMC 위원들은 또 물가상승률과 관련, 연준 물가목표치 2%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다음달 추가 금리인상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했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반등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 경기전망이 불확실해지자 FOMC 위원들은 향후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 경로 전망을 바꿀지 여부를 논의했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제로금리였던 기준금리 목표치를 0.25%포인트 인상한뒤 연준 안팎에서는 올해 4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통해 연준이 올해말까지 기준금리를 최고 1.25%까지 높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그런데 이같은 금리목표치 경로 변경을 논의했다는 것은 기준금리를 기대했던 수준으로 올리지 않고 금리 인상 빈도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점이 늦춰지고 속도도 더 완만해질것임을 보여준다. BMO 캐피털 마킷의 살 과티어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글로벌 금융환경이 앞으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얼마만큼 더 악영향을 줄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번째 금리인상 실행을 극도로 주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이날 의사록에서 공개된 내용을 감안할 때 다음달 15~16일로 예정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토대로 산출하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93.8%에 달한다. 1개월전 69.4%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금리인상론을 주도했던 매파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전략을 지속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 16일 연설에서 두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물가지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하반기나 돼야 물가가 충분히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관련해 올해 첫번째 기준금리 인상이 6월에 이뤄진뒤 12월에 한차례 정도 추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1월 FOMC 의사록 공개로 연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시장 믿음이 강해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안도랠리를 펼쳤다.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당분간 추가긴축의 고삐를 죄지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57.42 포인트(1.5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1.24 포인트(1.65%) 큰폭 올랐다. 이어 18일 열린 아시아 증시에서도 일본, 홍콩 증시가 2% 넘게 올랐고 중국 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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