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 길 열릴까…장애인 차별구제 청구소송
입력 2016-02-17 17:18  | 수정 2016-02-19 16:25

보거나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 극장에서 최신개봉작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릴까. 이들이 국내 극장 스크린의 90% 이상을 보유한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오 모씨 등 시청각장애인 4명이 CGV 등을 상대로 화면해설, 한글자막 등이 포함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를 제공해 장애인도 언제든지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라”며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누구에게도 장벽이 없게끔, 영화관의 시설은 물론 상영되는 영화의 모든 상황을 음성이나 자막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이 영화관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차별행위 중지, 차별 시정을 위한 내용과 이행 기간 등 ‘구제조치를 선고하거나 조정을 통해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추도록 한 판결이나, 에버랜드에 장애인을 차별하는 내용의 안내문구를 수정하도록 한 판결 등도 이렇게 내려졌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의 임성택 변호사(53·사법연수원 27기)는 화면해설작업 등에 드는 비용은 한 편 당 2000만원 수준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인 영화관 사업자에게는 비용보다 장애 인권 존중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는 자막이 나오는 휴대용 스크린이나 안경, 화면해설이 나오는 이어폰 등을 장애인 관람객에게 제공해 비장애인 관람객과 함께 언제든 영화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이미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제기가 처음은 아니다. 이주언 변호사(34·41기)는 2011년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담은 영화 ‘도가니가 개봉해 48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을 때도 정작 장애인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시행령은 ‘문화예술사업자가 장애인을 위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문화향유권 조항을 명시하고 시설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곳이 많다. 특히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은 지난해 4월까지 편의시설을 구비할 의무화 대상이었지만, 현재 CGV가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관람관과 날을 지정해둔 것 등 외에 권리보장 의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에 따르면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은 2010년 8편에서 2015년 20편 내외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국내개봉작이 1533편인 현실을 감안하면 시청각장애인이 접할 수 있는 영화는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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