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순 전 부총리, “대한민국은 정치·교육·사회·문화 기능장애 걸려”
입력 2016-02-17 16:40 

정치 교육 사회 문화 부문이 기능장애에 걸렸다. 이것이 부메랑으로 경제 기반조차도 짓누르고 있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복지는 받는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 경쟁 승리자의 배려로 인식해야 복지제도와 시장경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17일 서울대에서 개막한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원로 경제학자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제로섬 게임 같은 갈등이 번질 것을 크게 염려했다.
이날 메인행사인 전체회의 기조 연설자로 나선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겸 가스공사 사장은 사회 복지 제도의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것을 염려했다. 이 교수는 빈곤층이 부당하게 착취당했다면 착취당한 몫을 되돌려 받는 것은 빈곤층의 권리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부유층의 몫이 착취의 성과가 아니라면 소득재분배는 빈곤층의 권리가 아니라 부유층의 배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야만 부유층이 재산권 보호를 양보하면서도 ‘복지병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복지를 단순히 당연한 권리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는 시장질서와 사회 복지간 조화를 위한 방법으로 인식의 전환을 꼽았다. 건전한 사회복지제를 토지 개발에 비유해 쓰레기 소각장 건설(수혜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 보다는 아름다운 화원 조성(부유층의 배려라는 인식)이 갈등을 줄이고 복지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 회복 방법에 대해 규제를 철폐하고 자율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덴마크와 한국 하천에 놓인 표지판을 비교했다. 덴마크에는 ‘자기가 책임 져라(Do at your own risk)라는 팻말이 놓여 있는데 반해 우리는 수영금지라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유를 누린 기간이 짧아서 책임에 대한 인식도 서구보다 부족하다”면서 핀테크도 규제를 많이 하는데 규제가 많으면 결국 아무것도 안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경제학회장인 이지순 서울대 교수는 인사말에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정책 처방이 말을 듣지 않다보니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근거없이 경제가 정치화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경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서 체제 자체 효용성을 부정해선 안된다는 설명이다.
또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강연에 앞서 미리 배포한 ‘우리의 뉴 노멀(New Normal)-그 본질과 처방이라는 연설문을 통해 창조와 파괴의 바람이 약해지고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며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을 주문했다.
우리가 직면한 경제 상황이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고부채가 특징인 ‘뉴 노멀 시대라는 것이 조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잠잠하던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내일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며 미국이나 EU나 뉴 노멀 문제는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로부터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30대 대기업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다름이 없고 중견기업이 상향 이동한 것도 거의 없다”며 한국도 다이나믹한 사회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역동성을 회복할 방안으로는 국정쇄신, 중소기업 육성, 기술혁신을 꼽았다. 특히 그는 역대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의 시계가 항상 눈앞의 득실만 보고 원시적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처럼 국민의 가치관을 새롭게 하고, 정책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교수는 중소기업이 경제의 기반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준경 KDI 원장은 사전 배포한 ‘최근의 경제현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향후 우리나라 성장은 혁신과 구조개혁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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