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의료강국 이스라엘서 포기한 말기환자 ‘아산병원에서 새 삶’
입력 2016-02-17 15:53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많이 찾는 의료 강국 이스라엘. 중동의 의료 자존심인 이스라엘에서 수술을 포기한 말기 간경화 환자가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올 1월 이스라엘 의료진의 추천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말기 간경화 환자 하자즈 샬롬(69·남)씨에게 아들 하자즈 리오(39)씨의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자즈 샬롬씨는 B형간염으로 인한 말기 간경화로 2010년부터 이스라엘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고령인 탓에 신체기능이 크게 떨어져 배에는 복수가 차오르고 가벼운 뇌병증도 나타나는 등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시급히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병원 중 하나로, 암치료와 장기이식 등에 특화돼 있다. 일찍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세계 곳곳의 환자를 유치하는 글로벌 병원 10곳 중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로 명성 높은 의료기관이지만 극도로 상태가 악화된 고령의 샬롬 씨 치료를 위한 고난도 이식수술은 불가능했다.

수라스키병원 의료진은 생체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의료기관을 물색하던 중, 지난해 5월 서울아산병원에서 2주간 연수를 받으며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수술과정을 직접 보고 돌아간 같은 병원의 이도 내쉬매니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을 제안했다. 동료 장기이식 전문의들도 망설임 없이 의견을 같이했다.
리처드 나카쉬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 장기이식 총괄교수는 지난해 8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샬롬 씨의 생체간이식수술을 집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들 리오 씨는 이식수술을 할 수 있다면 아버지를 위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양 병원 의료진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샬롬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난달 26일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 15일 퇴원했다. 퇴원을 앞둔 지난 5일에는 샬롬 씨와 아들 리오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을 위해 직접 작성한 감사편지를 읽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샬롬 씨는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 의료진이 서울아산병원이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고 추천했다”며 수술 요청에 선뜻 응해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에게 감사 드린다”라고 말했다.
정동환 간이식·간담도외과 부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강점은 풍부한 고난도 간이식 수술 경험과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 시스템, 유기적인 팀워크에 있다”며 국적을 초월해 간이식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수술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간이식 수술의 메카라는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는 매년 약 70개국에서 400여명의 해외의학자가 방문해 한국의 선진의료기술을 배워가고 있으며, 이러한 해외 의료진 연수는 기술전수를 넘어 이번 이스라엘 간이식 환자처럼 중증환자 유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