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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성남 골키퍼 김동준이 말하는 ‘도하 예방주사’
입력 2016-02-17 13:25  | 수정 2016-02-17 13:26
올림픽 본선 진출에 기여한 김동준은 바로 새로운 소속팀에 합류,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사진(美 풀러턴)=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풀러턴) 김재호 특파원] 달콤하면서도 씁쓸했다. 지난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결승에서 일본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팀 골문을 지킨 김동준(21)에게도 이 대회는 잊을 수 없는 대회였다. 대회 내내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여줬지만, 결승전에서 15분 동안 3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역전패를 허용했다.
잘 모르겠다.” 도하에서의 기억을 묻는 질문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인터뷰 때마다 얘기하지만,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잘한 것은 더 잘해야 하고, 못한 부분은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한다. 대회 자체가 조금 타이트했고, 긴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수를 한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좋았지만, 마지막이 비극으로 끝나서...”
본선 진출은 성공했지만,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지만, 그건 기본이라 생각했다. 기본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우승을 생각했는데 그걸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서 기억을 잘라내 버릴 수는 없는 일. 도하에서 보낸 시간들은 앞으로 그의 축구인생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될 소중한 기억들이다. 기억은 아프지만, 앞으로 앞둔 치열한 경쟁에 대비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그동안 줄곧 아마추어에만 있다가 프로에 대한 입문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경기 템포나 수비 조율 같은 부분을 더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다. 경험을 쌓아 더 안정적인 경기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축구에 대한 아쉬움은 축구로 잊는다. 프로의 험난한 세계는 그에게 아쉬워 하고 있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도하에서 돌아 온 그는 하루 휴식 뒤 바로 성남FC 선수단에 합류, 미국에서 열리는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우리 팀 훈련이 힘들다는 것은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진짜 힘들다. 기본이 하루에 세 번이다. 그러나 몸을 만들기에는 최적화된 훈련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운동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아직 정식 경기는 뛰지 않았지만, 짧은 전지훈련 기간 느낀 프로 무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는 정확성, 템포, 그리고 수싸움을 꼽았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정확성의 차이인 거 같다. 템포도 빠르고 수싸움도 많다.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고, 속도도 빠르기에 빨리 적응해야 할 거 같다.”
김동준은 지난 1월 열린 올림픽 예선을 겸한 U-23 선수권에서 팀의 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성남은 지난 시즌까지 주전이었던 박준혁이 군에 입대하면서 골키퍼 자리가 비었다. 그에게도 주전 경쟁의 자리가 열려 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주전 경쟁은 시즌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아직은 전지훈련이고, 내 할 일에 충실할 것이다. 내가 할 것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
그에게 주전 경쟁은 곧 올림픽 본선 무대 출전과도 직결되어 있다. 여느 대표팀 감독이 그렇듯,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에게도 선수 선발 기준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그도 무조건 경기를 나가야 대표팀 명단에 들 수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팀에서 입지가 있어야 한다. 뭐라도 해야 대표팀 관계자들도 좋게 볼 것”이라며 경기에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런 그에 대해 김학범 감독은 더 해야 한다”는 평가를 남겼다. 대표팀에서 뛴 것과 프로에서 활약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그는 모든 면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며 이제 겨우 신인인 그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경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사막에서 맞은 ‘예방주사는 그에게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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