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한때는 연기 못한다는 소리 듣기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12일 만에 800만명, 예고된 흥행이라지만 그 속도가 매섭다.
황정민 강동원의 티켓파워에 매력적인 남남케미, 곳곳에 유머가 잠복된 범죄 코미디란 점이 통했다. 설 연휴와 발렌타인데이로 이어지는 개봉 시기도 좋았다.
스토리의 허술함, 독과점 논란도 있지만 이를 무색케 하는 흥행 속도다. 황정민의 말마따나 팝콘 먹으면서 그냥 낄낄대며 보면 좋을 영화”다.
영화 ‘검사외전(이일형 감독)은 검사와 꽃미남 사기꾼의 유쾌한 복수극이다. 강동원과 황정민의 첫 만남으로 특히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는 빅재미 중 하나다.

황정민은 극중 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 역을 맡았다.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하지만, 그 맛은 또 다르다.
최근 만난 황정민은 범죄를 뼈대로 하고 있지만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정치적인 해석은 노땡큐”라며 웃었다. 고된 ‘히말라야 촬영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영화가 바로 ‘검사외전”이었다. 한때 폭력을 일삼는 ‘검사였지만 무겁지 않게 연기했다고 한다.
‘한치원(강동원) ‘변재욱 둘 다 가볍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한 사람은 판 깔아주고 한 사람은 그저 재미있게 연기하면 되죠, 잘못 하면 둘 다 죽을 수 있으니까.”
무게감을 스스로 벗어던진 이 영화에서 ‘변재욱의 전사는 생략됐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왜 폭력검사가 됐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황정민은 그건 관객들의 몫이다”고 했다. 원래 부인도 있고 딸도 있었어요. 대본상엔. 그런데 가지치기를 한 거죠. 변재욱의 삶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익숙한 배역 같지만, ‘변재욱을 연기하기란 그래서 더 어려웠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다. 검사가 감옥에 간다는 설정도, 죄수복을 입고 촬영해야 한다는 상황도 낯설었다.
그 죄수복요? 계속 입고 있어도 좋았을 것 같았죠, 굉장히 편했어요. 하하. 고무줄이라서 잠옷으로 입어도 좋을, 편한 옷이었습니다.”
강동원과의 작업은 대만족이었다. 캐스팅 얘길 듣고 쌍수들고 환영했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앞서 호흡을 맞춘 유아인이나 정우가 들으면 서운할 정도의 멘트도 날렸다.
같이 한 배우 중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느낌이었죠. 코믹과 매치되지 않는 강동원이란 인물이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죠. 첫 촬영부터 감이 딱 왔어요. 둘이 달걀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근사하더라고요. 변재욱과 한치원이라는 인물로 있는 모습이 정말 근사했죠.”
이일형 감독은 캐스팅으로 절반의 흥행을 예감했다. 황정민을 캐스팅하고 10분간 엉엉 울었고, 강동원마저 출연한다고 했을 땐 너무 기뻐 아버지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감독은 무엇보다 둘의 호흡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제시장부터 ‘히말라야까지 내리 대박을 쳤다. 두 작품은 천만을 넘겼고, 두 작품은 천만 턱 밑까지 갔다. ‘뭘 해도 되는 배우니 시나리오가 몰리는 건 당연하다. 출연작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뮤지컬(오케피) 무대에도 달려갔다.
다작(多作)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콜라처럼 익숙해지면, 그 맛이 더 이상 짜릿하지 않다. 황정민 역시 이같은 우려를 안다.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한다.
작품을 몇 년에 한편씩 한다고 배우의 희소성이 올라갈까요? 아니라고 봐요. 과거엔 저 보고 ‘연기 못 한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히트작을 내고 유명해지다 보니 이젠 그런 말이 없어지더군요. 저는 배우니까 스스로를 감시해야 하죠. 분별하고 거르는 작업이 필요해요. 거부감은 그 다음 문제예요.”

황정민의 2016년은 연초부터 분주하다. 상반기엔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이 개봉하고, 다음엔 정우성·주지훈 등과 함께한 ‘아수라(감독 김성수)가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이 마무리 되면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 촬영에 돌입한다.
‘군함도는 오래 전부터 준비를 했던 작품이죠. ‘베테랑 전부터 같이 얘기하다 ‘이건 우리가 꼭 해야 해 했어요. 올해는 연극 한 편도 하려고요.”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