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시계브랜드로 유명한 로만손이 28년만에 회사이름을 바꾸고 종합패션회사로 변신한다. 기업의 출발이 됐던 시계 비중은 낮추는 한편 회사 매출에서 이미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이에스티나 브랜드의 쥬얼리와 핸드백, 화장품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로만손은 현재 사내공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새로운 사명(社名) 후보를 정하고 있다.
로만손은 창업자인 김기문 회장이 1988년 설립한 회사다. 김 회장은 샐러리맨에서 출발했지만, 동생인 김기석 사장과 함께 로만손을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내며 한국의 대표 토종 브랜드로 키워냈다.
김 회장은 창업 당시 스위스의 시계공업단지 마을인 ‘로만시온에서 이름을 따 사명을 지을 정도로 손목시계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대한민국에도 시계 브랜드 하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처음에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시계를 만들었지만, 이후 2000년 스위스 특허를 취득하며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트로피쉬같은 패션시계 브랜드도 내놨다.
김 회장은 2005년에는 개성공단에 입주해 공장을 세우고 전체 물량의 70~80% 가량을 이곳에서 만들어내며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3년 북측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악재를 맞았고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전세계 시계산업 흐름도 예전같지않은 상황이 됐다. 이같은 악재를 반영해 이 회사는 지난 3년여간 시계비중을 계속 줄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만손의 전체 매출 1546억원중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연말 기준 13%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결정으로 시계사업 비중 축소 작업에 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로만손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시계사업에서 손실을 내고 있고,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인력 및 유통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적자폭을 대폭 줄였고, 올해부턴 더 이상 적자를 내지 않을 계획이나 앞으로도 시계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로만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양대 축은 제이에스티나 브랜드의 보석(쥬얼리)과 핸드백이다. 두 분야가 이 회사 전체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제이에스티나 레드브랜드를 론칭하며 진출한 화장품사업이 ‘별 립스틱등 시그니처 제품을 통해 메르스 정국에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는 특히 우리나라 식약처에 해당하는 중국 위생청 허가를 받아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핵심시장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화장품사업 비중도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로만손은 화장품 등 라이프스타일군 매출이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체 매출의 7%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처럼 로만손보다 제이에스티나 브랜드를 단 사업군이 훨씬 더 비중이 큰 데다가, 10~20대 젊은 층 사이에 인지도도 제이에스티나가 더 높은만큼 시계회사 이미지가 강한 로만손 사명을 버리고 좀 더 패션회사다운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 로만손 측의 생각이다.
새로운 사명은 로만손 창립기념일인 4월 즈음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자체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은 ‘제이에스티나가 새로운 사명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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