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자투표제, 대기업은 `나몰라라`
입력 2016-02-14 18:17  | 수정 2016-02-14 20:29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코앞이지만 대형 상장사들은 여전히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주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주주총회가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로 불리는 몇몇 날짜에 집중되는 국내 관행 때문에 전자 방식을 도입하지 않은 상장사들의 경우 주주가 제대로 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체 코스닥 기업 1152개 중 30%인 343개사와 코스피 기업 770개 중 21.8%인 168개사가 전자투표 또는 전자위임장을 주주총회에서 채택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회사 중 전자 방식의 의결권 행사를 도입한 곳은 한국전력·신한금융지주 등 두 곳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 중 굵직한 기관투자가들이 많아 섀도보팅 없이도 주총 의결이 가능한 대형사들은 전자투표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섀도보팅제는 기업이 요청하면 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 주주 찬반 비율에 따라 예탁된 주권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섀도보팅제 아래서는 대다수의 주주가 주총에 참여하지 않아도 주총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주주들의 외면 속에서 의안이 통과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섀도보팅이 상장사 주총 내실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섀도보팅제'를 폐지했다. 상장사들이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주총 정족수 자체를 채우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자 정부는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 등에 한해 3년 동안 섀도보팅제를 운영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주주들은 투자 중인 기업들이 같은 날 주총이 열려 주총장에 일일이 참석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도 집에서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장사들의 우려와 달리 대주주 지분이 많거나 기관투자가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은 섀도보팅 없이도 주총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기주총을 앞둔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 상장사들이 여전히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의안이 통과될 수만 있다면 다수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투표 도입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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