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재건축 `아~옛날이여`
입력 2016-02-14 17:08  | 수정 2016-02-14 22:03
지난해 부동산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몸값이 뛰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말 이후 2~3개월 만에 실거래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1억원 이상까지 급락한 단지가 나타났다. 2월부터 대출규제가 강해지면서 부동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치솟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맞물린 여파다.
14일 부동산 전문 조사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둘째주 이후 줄곧 하락세다. 지난주에는 설 연휴로 부동산114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난주에도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파악한다. 개포주공 단지들과 은마아파트, 대치동 개포우성 등 강남 재건축 단지들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전체 시세를 끌어내렸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9억9900만~10억원에 매매됐던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9㎡는 지난달 8억8000만원에 딱 1건만 거래됐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개포주공 다른 단지들에 비해 1단지가 재건축 속도가 느려 매수수요 유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개포주공4단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4단지 전용 42㎡가 7억6700만~7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1월에는 7억2400만원까지 고꾸라졌다. 전용 50㎡도 지난해 11월에는 9억원에 거래됐지만 올 1월에는 8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매달 10건 이상씩 매매되던 4단지는 거래량도 급감해 지난달에는 딱 3건만 매매가 성사됐다.
4단지 부근 공인중개사는 "매매 호가는 올랐지만 실거래가격은 하락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원하는 가격이 달라 거래가 뜸하다"고 전했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도 가격이 하락세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전용 127㎡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18억5000만원이었으나 2월 현재 18억원으로 5000만원가량 추락했다. 전용 84㎡ 평균 매매가격도 지난해 12월 13억6500만원에서 이달 1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수년간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발목을 잡아왔던 단지 내 폭 15m 도로 폐지안이 지난해 9월 조건부로 통과되면서 상승세였던 은마아파트도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8월 평균 매매가격이 10억9750만원에서 같은 해 12월 11억2250만원까지 올랐던 전용 84㎡는 이달 11억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을 이끈 주범으로 꼽는다. 또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잠시 일시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도 발생하는 등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물론 강남 재건축이 완전히 꺾였다는 우려는 속단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대출을 활용한 투자수요에 의해 견인되는데,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결과"라며 "올해 서울 입주 물량 대비 멸실 가구가 훨씬 많아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꺾였다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신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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