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소용돌이치는 와중에서도 꿋꿋이 버텨오던 코스닥이 설 연휴 이후 이틀 새 10.7% 급락한 가운데 장중 6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전 세계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바이오·제약 등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잇따르면서 미국 나스닥에서 시작된 중소형주 조정이 한국 코스닥시장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06%나 급락한 608.45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4.93% 하락한 데 이어 설 연휴 이후 이틀 만에 10.69%라는 충격적인 낙폭을 기록했다. 오전 한때 작년 2월 10일 이후 1년 만에 최저치인 594.75까지 미끄러져 600선마저 내줬다.
예기치 못한 지수 급락에 한국거래소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4년6개월 만에 긴급 발동했다. 지수가 곤두박질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11년 8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제도가 도입된 2001년 10월 15일 이래로 실행된 적도 단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이틀 연속 코스닥 급락을 부추긴 주범은 다름 아닌 외국인이었다. 특히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집중적인 매도 공세가 두드러졌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2003년 6월 이후 최대 규모인 1132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77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에서 외국인이 하루 만에 1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수급을 주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그동안 성장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붙어 있던 중소형주에 대한 차익 실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11.66%) 메디톡스(-12.75%) 바이로메드(-11.29%) 코미팜(-10.46%)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제약사들이 10% 이상 우수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제약주뿐만 아니라 지난해 성장주 랠리를 타고 많이 올랐던 중국 테마주 등 고평가주의 하락세가 무섭다고 분석했다. 연초부터 미국 나스닥의 바이오·기술주가 조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에서 가격 부담이 큰 종목 위주로 거품이 꺼지는 국면이라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코스닥시장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져 2001년 IT 버블 당시와 같은 고평가 구간이었다"며 "지난 5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7.36배로 코스피 대비 38%의 프리미엄을 받았을 만큼 비쌌던 상태"라고 말했다.
글로벌 안전자산 쏠림이 심해질수록 미국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연초 이후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약세가 뚜렷했는데 한국에서는 한발 늦게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설 연휴 전까지만 해도 코스닥은 0.15% 떨어지는 데 그쳐 2.25% 떨어진 코스피와 다른 글로벌 증시 대비 선방했다. 그러나 금융 불안이 길어지고 쉽사리 진정되지 않자 더 이상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견디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나스닥 바이오 업종이 고점 대비 40%나 추락했지만 기업 체질에 근본적인 변화나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리스크 회피 심리 때문에 많이 오른 종목들이 우선적으로 조정받았을 뿐"이라며 "미국 시장 진입 등 호재가 발표된 셀트리온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봐도 코스닥에서 동일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 심리 악화로 버블이 붕괴되는 국면에서는 투자를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심리에 좌우되는 중소형주 시장 특성상 주가의 '바닥'을 섣불리 점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는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로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지만 코스닥 상황은 다르다"면서 "코스닥 중소형주 조정은 이제 시작인 만큼 3월 중후반까지는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600~700선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닥의 저점이 이날 무너진 만큼 조정폭이 깊어지고, 기간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주력 기업의 어닝쇼크 등 악재가 이미 반영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기업 실적마저 안갯속에 있다는 점도 염려를 키운다.
■ <용어 설명>
▷ 서킷브레이커 : 주가가 급락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15%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각각 1·2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씩 거래를 중단한다. 20% 이상 급락하면 3단계가 발동돼 당일 장이 종료된다.
▷ 사이드카 : 선물시장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과도하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코스닥150지수 선물 가격이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 현물 가격이 3%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이때는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용환진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예기치 못한 지수 급락에 한국거래소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4년6개월 만에 긴급 발동했다. 지수가 곤두박질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11년 8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제도가 도입된 2001년 10월 15일 이래로 실행된 적도 단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이틀 연속 코스닥 급락을 부추긴 주범은 다름 아닌 외국인이었다. 특히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집중적인 매도 공세가 두드러졌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2003년 6월 이후 최대 규모인 1132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77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에서 외국인이 하루 만에 1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수급을 주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그동안 성장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붙어 있던 중소형주에 대한 차익 실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11.66%) 메디톡스(-12.75%) 바이로메드(-11.29%) 코미팜(-10.46%)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제약사들이 10% 이상 우수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제약주뿐만 아니라 지난해 성장주 랠리를 타고 많이 올랐던 중국 테마주 등 고평가주의 하락세가 무섭다고 분석했다. 연초부터 미국 나스닥의 바이오·기술주가 조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에서 가격 부담이 큰 종목 위주로 거품이 꺼지는 국면이라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코스닥시장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져 2001년 IT 버블 당시와 같은 고평가 구간이었다"며 "지난 5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7.36배로 코스피 대비 38%의 프리미엄을 받았을 만큼 비쌌던 상태"라고 말했다.
글로벌 안전자산 쏠림이 심해질수록 미국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연초 이후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약세가 뚜렷했는데 한국에서는 한발 늦게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설 연휴 전까지만 해도 코스닥은 0.15% 떨어지는 데 그쳐 2.25% 떨어진 코스피와 다른 글로벌 증시 대비 선방했다. 그러나 금융 불안이 길어지고 쉽사리 진정되지 않자 더 이상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견디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나스닥 바이오 업종이 고점 대비 40%나 추락했지만 기업 체질에 근본적인 변화나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리스크 회피 심리 때문에 많이 오른 종목들이 우선적으로 조정받았을 뿐"이라며 "미국 시장 진입 등 호재가 발표된 셀트리온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봐도 코스닥에서 동일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 심리 악화로 버블이 붕괴되는 국면에서는 투자를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심리에 좌우되는 중소형주 시장 특성상 주가의 '바닥'을 섣불리 점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는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로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지만 코스닥 상황은 다르다"면서 "코스닥 중소형주 조정은 이제 시작인 만큼 3월 중후반까지는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600~700선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닥의 저점이 이날 무너진 만큼 조정폭이 깊어지고, 기간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주력 기업의 어닝쇼크 등 악재가 이미 반영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기업 실적마저 안갯속에 있다는 점도 염려를 키운다.
■ <용어 설명>
▷ 서킷브레이커 : 주가가 급락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15%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각각 1·2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씩 거래를 중단한다. 20% 이상 급락하면 3단계가 발동돼 당일 장이 종료된다.
▷ 사이드카 : 선물시장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과도하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코스닥150지수 선물 가격이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 현물 가격이 3%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이때는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용환진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