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냉동보존한 토끼의 뇌를 거의 완벽할 정도로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신체 장기 중 냉동보존이 어렵다는 뇌를 거의 손상없이 되살려낸 이번 실험이 냉동인간을 되살리는 기술의 난제로 남아있는 인간의 뇌 보존 기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뇌 냉동 보존술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의 브레인리저베이션재단은 최근 ‘21세기 의학 연구소(21CM)가 실험용 토끼의 뇌를 냉동보존했다가 별다른 손상없이 되살리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포유류의 뇌를 얼렸다가 거의 완벽한 상태로 해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CM 연구팀은 ‘알데히드 안정 냉동보존법(ASC)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활용해 토끼의 뇌를 냉동보존했다. 연구팀은 초고속 화학적 고정제와 냉동보존제를 혼합해 사용했다.
연구팀은 우선 토끼의 머리에서 혈액을 모두 빼낸 뒤 이 혈액을 글루타르알데히드라는 무색의 화학 고정액으로 대체해줬다. 글루타드알데히드는 예전부터 조직 고정제로 사용되는 것으로 최근엔 소독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글루타르알데히드를 뇌 혈관에 주입해줬다. 이를 통해 대사과정으로 인한 조직의 부패를 빠르게 방지하고 단백질이 제 자리에 위치하도록 고정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보존처리한 뇌를 영하 135도의 극저온으로 냉각시켜 보관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뇌 속 세포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냉동보존 과정에서 뇌가 쪼그라들면서 손상을 입는 것을 방지해줄 수 있는 것이다. 냉동보관한 뇌의 해동은 반대 방법으로 이뤄진다. 뇌에 주입한 화합물질을 제거해준 후 다시 온도를 올려주면 된다.
연구팀은 냉동보관했다가 해동한 뇌를 절편으로 잘게 잘라 관찰했다. 그 결과 뇌의 세포막, 시냅스(신경연결망), 세포 내 구조 모두 손상이 거의 없이 온전하게 보존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레인리저베이션재단의 마이클 세룰로 박사는 전자현미경으로 냉동보관했던 토끼의 뇌를 관찰했는데 그 결과 신경망의 연결이 그대로 보존돼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끼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실험을 통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냉동인간 기술의 발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냉동인간은 냉동기술을 통해 사람을 얼린 뒤 안치하는 방법으로 사람을 냉동보관 하려면 영하 72도의 냉동장치에 사람을 넣고 전신에서 혈액을 뽑아내야 한다. 그 다음 혈액을 대신할 식염수 또는 냉동 생명보존액을 주입해준다. 이때 글리세린 등을 혈액이나 식염수, 냉동 생명보존액에 섞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한다.
이렇게 냉동처리가 완료된 사람은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속에 넣어 보관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알코어 생명재단 등은 냉동기술의 선구자다. 냉동인간 기술은 기술적으론 완벽해보이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 사람을 냉동하고 이를 되살리는 과정에서 뇌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액체는 고체로 변하는데 이때 부피가 10% 정도 늘어난다. 냉동보존을 위해 체내에 주입해준 액체가 얼어붙으면 세포구조가 파괴될 수 있는데 이때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냉동 보존을 선택한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신체 조직의 손상 없이 냉동인간을 온전히 부활시키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조직에 손상이 없이 뇌를 냉동보관했다 해동한 이번 기술이 냉동인간 기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
한국뇌연구원 정성진 뇌연구정책센터장은 뇌를 구조적으로 온전히 되살렸다는 점에선 기술적 의의가 있지만 이렇게 되살린 뇌가 다시 온전하게 기능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연구를 통해 뇌의 구조를 다 푼다고 해도 실제 사람의 정신세계가 완벽히 재구성될지 여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단백체의학연구센터 이재란 책임연구원은 연구팀은 에틸렌글리콜이란 동결방지제를 사용해 뇌를 완전히 얼지 않도록 만들었는데 뇌가 완전히 얼지 않았기 때문에 결빙현상으로 인한 뇌조직 손상이 없었던 것”이라며 실험에 사용한 글루타르알데히드는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 이번 실험결과를 냉동인간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실험에서 발견한 원리 등을 냉동인간 기술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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