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테러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국 국민의 국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10일(현지시간) ‘테러범 국적박탈 조항 등을 담은 개헌안 표결에서 찬성 317표, 반대 199표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BFM TV가 보도했다.
개헌안에서는 테러범으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비상사태 절차도 명문화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30명이 숨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파리 테러 이후 테러범 국적박탈 등을 포함한 헌법 개정을 앞장서 추진해 왔다.
개헌안이 상원에서도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헌법이 개정된다.
집권 사회당 의원 일부가 반발하고 있어 헌법 개정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헌법 개정안 가운데 특히 테러범 국적박탈 조항은 프랑스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85%는 이 조치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좌파 정치인은 이중국적자의 상당수가 아프리카 등지에서 건너온 이민자와 그 자손 등으로 이들에 대한 차별이 될 뿐 아니라 테러범이 국적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에 테러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법에서 국가는 국민을 무국적자로 만들 수 없으므로 프랑스 국적만 가진 시민은 국적 박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의 흑인 여성인 크리스티안 토비라 전 법무장관은 국적박탈이 시민을 차별한다고 항의하며 최근 전격 사퇴했다.
우파 야당 공화당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130명이 숨진 비극 앞에서 우리는 절대 속 좁은 정치인처럼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개헌안에 찬성했다.
개헌안은 또 테러를 당했을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절차 등을 명시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일반 법률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국가비상사태 아래 이뤄지는 영장 없는 가택 수색·연금 등 조치가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정부는 이를 아예 헌법에 명문화해 위헌 소지를 없애려 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는 이달까지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테러 용의자를 색출하고 있다. 이 기간 수사 당국은 2500차례 가택 수색을 했으나 단지 4건만 테러 의심 사건으로 재판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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