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 집권기 마지막 예산 `안보·기후변화 대책` 눈에 띄네
입력 2016-02-10 15:53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정면으로 겨냥해 사이버 안보 예산을 대폭 확충한 2017 회계연도(2016년 10월 ~2017년 9월) 예산안을 마련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4조1000억달러(491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구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사이버 안보 예산이 지난해 대비 35% 증가한 190억달러(23조원)가 배정돼 주목된다. 늘어난 사이버 안보 예산은 민간·정부 사이버 안보 기능을 조정하는 고위직을 신설하고 연방 정부 IT시스템 교체에 투입된다. 사이버 안보 예산은 특히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 예산 확충과 관련, 사이버 위협은 미국 국가안보뿐 아니라 수백만 미국인들의 금융보안과 프라이버시에도 위협이 된다”며 공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사이버안보 국가액션플랜(CNAP)을 새로 시작한다”며 IT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공격에 취약한 낡은 시스템을 교체하거나 퇴장시켜 미국 정부와 기업 가정을 더욱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정보시스템이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과 같은 잠재 위협 세력들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예산안은 또 기후변화대책과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사회보장확대 등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른바 오바마표 정책을 실현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대책 일환으로 청정 교통인프라 확립에 3200억달러(383조원), 청정에너지 개발에 110억달러(13조원)를 배정했다. 생체의학과 우주탐사 연구개발(R&D)에 1500억달러(180조원), IS격퇴와 시리아 안정에 110억달러(13조원), 리비아와 북서아프리카 전력 증강에 2억달러(2400억원) 등이 배정됐다. 러시아에 대한 공세와 유럽 우방 지원에도 43억달러(5조원) 배정을 요청했다.

예산안은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2조6000억달러(3114조원) 규모의 증세 계획을 담았다. 수입 원유에 대해 배럴당 10달러 유류세를 부과해 향후 10년간 3190억달러(382조원)를 추가 징수하고 부유층 대상으로 10년간 9550억달러(1144조원)를 더 걷을 계획이다. 또 건강보험 시행과 이민개혁을 통해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안에 첨부한 서한에서 이번 예산은 미국 가치와 열망을 구체화한 미래를 향한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야심차게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의회 상·하원에서 다수를 점한 공화당이 부자증세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이번 예산안 원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1조4000억달러(1676조원) 규모 증세를 요청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수정된 바 있다.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열심히 일하는 보통 미국인의 희생을 대가로 연방정부를 더욱 크게 만들려는 계획은 예산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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