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카니발이 지카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촉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생아 머리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질병(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 사태 진원지인 브라질에서 이번주부터 카니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세르지우 시메르만 브라질 전염병학회 회장은 3일(현지시간) 축제 기간이 되면 사람들은 지카 바이러스 모기에 취약한 상황에 노출되게 될 확률이 높다”며 이는 바이러스의 지구촌 확산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시메르만 회장은 축제 기간이 되면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또 해충 퇴치제를 바르는 것도 잊어 버리게 될 것”이라며 카니발 기간 동안 평소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비까지 내리면 모기가 자랄 물웅덩이는 더욱 많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카니발 기간중 급증하는 성관계도 지카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을 막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지카 바이러스 확산 지역에 다녀온 적이 없는 미국인이 성적 접촉으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첫사례가 나온 바 있다. 카니발이 열리는 지역이 지카바이러스 확산 지역이고 이곳에서 일어난 성관계로 인한 2차 감염자 양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브라질은 성관계에 의한 지카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카니발 기간 전후 10일간 콘돔 500만개를 공급키로 했다.
지카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낙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임신한 태아거 검사결과 소두증으로 밝혀지면 낙태를 허용해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달 30일 현재 소두증 의심사례로 보고된 신생아 4783명 가운데 404명이 소두증으로 확인됐다. 709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3670명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임신 여승무원들을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노선에서 제외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캐나다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 여행자들은 귀국 직후 21일동안 헌혈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카리브해와 접한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카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브라질,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14개국은 이날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긴급 보건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자리에서 마르셀로 카스트루 브라질 보건장관은 브라질내 지카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통제되고 있다”며 중남미 각국이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를 통해 이번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보건 당국과 질병 전문가들은 오는 11일 브라질을 방문, 백신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지역본부(PAHO)는 ”지카 바이러스의 미주지역 확산 저지에 85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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